▲카운트다운 히로시마/스티븐 워커|황금가지
60년전 오늘 오전 8시15분. 일본의 히로시마는 핵폭발과 함께 도시도, 사람도, 공기마저도 처절한 공황상태에 빠진다. 히로시마는 세계 최초의 인간에 대한 직접적인 핵폭발 실험대상이 되었고 용케 살아남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생지옥의 폐허 틈새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업적’으로 평가받으며 진주만 공습에 대한 통렬한 복수로 박수를 받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카운트다운 히로시마’는 책의 부제처럼 말 그대로 ‘세계사를 바꾼 1945년 3주간의 기록’이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5년 7월16일, 미국 뉴멕시코주의 사막 한 가운데서 치러진 원자폭탄 실험이 성공한 순간으로부터 겨우 3주후 ‘꼬맹이(Little boy)’라고 이름 붙여진 핵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된다. 그리고 인류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의 먹구름 속에 갇히게 됐다.
원자폭탄 제조를 주도한 오펜하이머와 동료들은 7월의 핵폭탄 실험 당시 자신들이 만든 괴물이 인류를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20억달러를 투자한 사업이 물거품이 될까 걱정한다. 하지만 그 괴물은 더욱 무시무시하게 힘을 키워갔으며 인류는 핵폭탄의 개량과 유지에 개발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한다. 그리고 핵폭발이 있은 8월, 일본은 항복했고 미국의 승리 덕분에 한국도 광복의 수혜를 입었지만 핵폭탄 투하 60년이 지난 지금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핵폭탄의 피해자가 되어 있다.
작가인 스티븐 워커는 다큐멘터리 전문 프로듀서로 2003년 히로시마 원폭을 주제로 한 ‘히로시마, 세계를 뒤흔든 하루’라는 프로그램으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그 프로그램의 활자 버전으로 미처 카메라에 담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까지 ‘녹화’되어 있다. 프로그램이 충격을 주었다면 책은 핵폭탄에 대한 소름끼치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분류되어 등장하지만 이 책은 범인을 찾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며 수사기록도 아니기에 어떤 특정인을 범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 단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한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여 어느 누구도 다시는 비극의 연출자나 출연자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권기대 옮김. 1만8천원
〈정진호기자 hotmai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