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 매각을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들 간에 독특한 기류가 흐르고 있어 관심이다. 만도 최대주주인 선세이지는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을 추진하면서도 응찰업체는 아랑곳 없이 현대차에 계속 추파를 던지고 있다. 현대차는 “만도에 관심이 있지만 남 좋은 일은 시킬 수는 없다”면서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 당사자인 만도는 ‘국민기업화’ 카드를 만지작거린 채 누가 주인이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모기업인 한라그룹의 빚 보증 때문에 흑자부도를 내 1999년 JP모건과 UBS를 중심으로 한 금융 투자그룹 선 세이지에 매각됐다.
전체 공급물량의 70%를 현대·기아차에 납품하기 때문에 수익구조는 물론 성장 가능성도 크다.
◇3인 3색의 이상한 인수전=만도 인수전은 이미 불이 붙었다. 지난달 31일 인수 제안서 마감을 거쳐 독일 지멘스·컨티넨탈테베스와 미국 TRW 3개사로 압축됐다.
이달 중 우선협상 대상자 2곳을 선정한 뒤 11월초 최종 인수자를 가린다.
그렇지만 선 세이지 마음은 정작 콩밭에 가 있다. 선 세이지는 “현대차가 만도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 언제든지 참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현대차를 부추기고 있다.
현대차가 나서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현대차 납품 비중이 워낙 커 다른 업체가 인수하더라로 현대차의 ‘눈칫밥’ 때문에 인수가격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대는 의외로 느긋하다. 현대차는 만도를 인수하면 부품업체 수직계열화를 통해 일본 도요타를 능가하는 막강 화력을 갖출 수 있다. 현대차는 “관심은 있지만 비싼 값에 인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어차피 현대차가 빠진 공개매각이야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값은 떨어지고 선 세이지측이 다급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하고 있는 것.
만도 내부 기류는 또 다르다. 만도 오상수 사장은 일찌감치 만도의 국민기업화 카드를 꺼낸 바 있다. 새주인보다는 투자 수익만 챙겨가는 금융투자사들이 회사 입장에서는 한결 편하다. 오사장은 군인공제회나 교원공제회 같은 대규모 ‘토종자본’에 직·간접으로 SOS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좋은 일 시키나=선 세이지는 만도 인수 이후 재미를 톡톡히 봤다. 1999년 매입 당시 선 세이지의 투자액은 4억4천6백만달러(당시 6천억원 수준). 2002년 이후 일부의 거센 비난을 무릅쓰고 3차례에 걸친 유상감자로 1천7백10억원을 챙겼다. 배당으로 챙긴 돈을 합치면 투자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2천억원 정도를 벌써 수중에 넣었다.
선 세이지는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외신을 통해 15억~20억달러 선을 흘리고 있다. 6년 만에 투자금액의 4~5배를 챙기겠다는 것이다.
만도는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뚜렷한 비교대상이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러나 현대모비스나 대원강업을 비롯한 경쟁 부품업체의 주가수익률을 감안해 8천억원선 안팎을 적정가격으로 제시한 바 있다. 만도 매각 가격이 지나치게 비쌀 경우 외국 투자사만 배를 불린 ‘제2의 진로’꼴이 날 수도 있다.
〈박문규기자 park00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