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우주를 닮았다. 끊임없이 생성되고 동시에 소멸되어간다. 독일의 작가 베른하르트는 “죽는다는 것은 우리가 점심식사를 하는 것처럼 평범한 일”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것은 피할 수 없는 개별적인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은 일반적인 죽음이 아닌 생물의 종(種)과 인류문화의 사멸이라는 거대한 죽음을 다루고 있다.
지구는 약 40억년 전 최초의 생명체가 나타난 이후 엄청난 멸종을 초래한 여러 번의 대재앙을 겪는다. 그 재앙들은 대부분 자연의 거대한 힘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지진, 태풍, 혹한 등 재해가 잇따르지만 사실 인류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인간이다.
자연의 한 부분이었던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가 아닌 지배자로 착각해왔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동식물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소비지향형 인간이 내다버린 폐기물들은 환경을 공격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어떤 동식물도 인간이 개발한 가공할 위력의 ‘무기’들 앞에 대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라지는 것은 비단 자연뿐이 아니다. 민족과 언어로 대표되는 문화 역시 시시각각 사멸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이 지구를 거대한 공동묘지로 만들고 있다”고 개탄한다.
저자는 맺는 글을 통해 사멸해가는 것들에 대해 자신이 흥분하는 이유를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그냥 내버리기가 아깝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선뜻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자연과 문화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는 조언에는 공감이 간다.
모두가 살아 있는 것과 새로운 것의 창조에만 몰두하는 틈새에서 사라진 것들에 대해 되돌아보는 것도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 하겠다. 두행숙 옮김. 9,000원.
〈정진호기자 hotmai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