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자소전(宋子素傳)/ 김선주|김&정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은 조광조·이황·이이·김장생과 함께 조선 유학자의 오현(五賢)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유학자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성균관 문묘에 공자와 함께 모셔져 있으며 송자로 칭송받고 있다.
그는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북벌 의지를 다졌고 효종때는 실제 북벌을 추진했으나 효종의 단명으로 수포로 돌아간다. 조선시대 가장 치열한 당쟁의 중심에 서 있었던 송시열은 서인의 지도자로 노론을 이끌었다. 소론의 윤증과는 라이벌 관계에 있었고 남인과의 당쟁 속에서 중용과 유배를 되풀이하는 부침의 생애를 살았다. 말년엔 장희빈의 아이를 세자로 삼으려는 숙종의 뜻을 거스르는 상소를 올리고 유배를 떠난 뒤 결국 사약을 받는다. 그의 나이 여든셋, 누구보다 임금의 뜻을 잘 알고 있는 그였지만 도리에 어긋나는 일에 신념을 팔지 않는 ‘정직’의 삶을 실천한다.
책은 사료를 바탕으로 한 송시열의 전기라고 할 수 있지만 역사인물소설로 이름 붙어있다. 아마도 당쟁으로 왜곡된 역사 속에서 성인이란 극단적인 찬사와 시대를 역행한 교조주의자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그의 죽음에 대한 정반대 시각의 기록이 남아 있다. 항상 바르게 살 것을 가르쳐 온 그가 죽는 날 밤 학문을 상징하는 규성이 땅에 떨어졌다는 기록과 사약을 받은 그가 효종의 어찰을 내세워 목숨을 구걸하는 소인배였으며 억지로 먹인 사약을 반도 못 먹고 죽었다는 기록이다.
소설 속 송시열은 다행히 어찰을 내세워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고 사약도 ‘원샷’으로 비우며 의연한 죽음을 맞는다. 책은 스펙터클한 대하 역사소설과는 차별화 되어 있다. 왕권과 신권의 대립, 그리고 이상정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와 철학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 것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최인호의 장편소설 ‘유림(儒林)’의 연장선에 서 있는 듯 보인다. 이순신을 다룬 소설 ‘칼의 노래’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조금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불굴의 신념으로 살아온 한 학자이며 정치가인 송시열의 인생역정을 음미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비록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적(政敵)이 많은 삶을 살았지만 그가 평생을 지켜낸 정직과 의리는 우리 시대의 정치인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상생의 도리를 실천해야 할지 일깨워 주고있다. 9,500원
〈정진호기자 hotmai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