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도움왕이 새로운 목표”

김도훈, “도움왕이 새로운 목표”

“인터뷰 요청은 많은데 CF 찍자는 말은 없네요.”

투정하는 듯한 말투와는 달리 그의 입가에는 편안한 미소가 배어 있다.

우승과 득점왕을 차지한 2003년 이후 2년 만에 쇄도하는 인터뷰가 싫지 않은 눈치다. 113골 중 어느 한골 중요하지 않으랴만 그가 잊을 수 없는 귀한 골은 분명히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골은 2003시즌 대전과의 최종전에서 넣은 골이죠. 팀우승이 결정됐기에 득점왕에 욕심이 났거든요.”

도도가 4골을 몰아넣으며 추격한 그날 김도훈은 2골을 뽑아 1골차의 득점왕에 올랐다.

다음은 PK로 넣은 99호골. 지난해 9월11일 부산전에서 PK상황이 발생하자 신태용이 갑자기 “네가 차라”며 김도훈을 떼밀었다. 당시 신태용은 1골만 넣으면 100호골. 김도훈은 신태용의 넉넉한 마음 덕분에 신기록의 디딤돌이 된 99호골을 넣었다.

수비수로 전향하거나 은퇴를 고려할 나이에도 좋은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약발이죠. 부모님, 집사람, 형님들, 구단이 마련해준 약으로 버티고 있죠. 장어 등 고기를 골고루 먹는 것과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럼 훈련은. “지금은 훈련을 많이 한다고 기량이 늘지 않습니다. 스스로 훈련량을 조절하고 특히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합니다.”

김학범 감독이 “좀 살살 뛰어라”고 해도 ‘미친 듯이’ 뛰는 김도훈. 그는 선수생활을 얼마나 더 하고 싶을까.

“‘이제 그만해라’는 소리 듣기 전에 그만둬야죠.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1년은 더 뛸 자신이 있는데….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요즘 국가대표팀 부진과 맞물려 ‘김도훈을 국가대표로’라고 외치는 팬들이 많다는 말에 “저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니 행복할 뿐”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최종엔트리에 탈락했기에 태극마크에 대한 미련이 남을 법했다.

“2003년 코엘류 감독이 다시 뽑아줬다는 것만으로도 명예회복을 했다고 봅니다. 최근 피스컵에서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너는 여전히 강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그때 아인트호벤만큼은 꼭 꺾고 싶었는데….”

2년 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그에게 프로선수로서 남은 목표를 물었다. “프로데뷔 때 득점왕과 팀우승이 목표였는데 모두 이뤘습니다. 지금은 최다골 기록을 늘리는 것과 한번도 못해본 도움왕이 새로운 목표죠.”

15살이나 어린 ‘축구천재’ 박주영에 대해 “기술·스피드·두뇌플레이 모두 훌륭하다. 다만 수비수를 밀고 들어가는 힘은 부족하다”고 진단한 그는 “올스타전에서 주영이에게 빅리그에서 성공하려면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서슴없이 얘기했다.

김도훈은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박주영과 맞대결한다. “다른 경기처럼 열심히 뛸 뿐이죠. 정말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은데 많은 팬이 와서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골을 넣은 골게터보다 은퇴하는 순간까지 열심히 뛴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도훈. 실력이나 심성으로나 그는 분명 한국을 대표하는 킬러였다.

〈성남|글 김세훈기자 shkim@kyunghyang.com 사진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



Today`s HOT
대만의 한 백화점에서 벌어진 폭발 사건 2025 에어로 인디아 쇼 파키스탄 여성의 날 기념 집회 미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소유 계획,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
오만에서 펼쳐지는 사이클링 레이스 행운과 번영을 기원하는 대만 풍등 축제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위한 준비 부처의 가르침 되새기는 날, 태국의 마카부차의 날
중국 정월대보름에 먹는 달콤한 경단 위안샤오 유럽 최대 디지털 전시, 런던 울트라 HD 스크린 중국 하얼빈 남자 싱글 피겨, 2위에 오른 한국의 차준환 맨유의 전설 데니스 로, 하늘의 별이 되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