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발생한 경북 상주 압사참사는 ‘원시적 사고’였다. 행사주관사와 경찰이 조금만 안전에 신경을 썼거나 관람객들의 질서의식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상주시와 MBC측은 운동장 북쪽 전광판 아래에 길이 80여m, 폭 30여m의 무대를 마련했고, 그 앞 잔디밭과 스탠드에 2만여개의 좌석을 마련했다. 출입구로 사용된 직3문은 운동장 남쪽에 있다.
상주 자전거축제 공연장 사고 유가족이 3일 상주 성모병원 영안실에서 희생자의 얼굴을 확인한 뒤 오열하고 있다. 상주/뉴시스
시민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가까이에서 보려고 폭 4m, 길이 5m 가량의 직3문을 통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앞쪽 사람들이 밀려 넘어졌고, 뒤쪽 인파가 10여분간 계속 밀려들면서 이어 넘어지고, 넘어진 사람을 밟았다. 앞쪽에 많이 서있던 노인과 어린이 피해가 컸다. 행사 주최측이 지정좌석제가 아닌 선착순 입장 방식을 택하고, 두 쪽으로 된 직3문 중 한쪽만 연 것이 사고배경이 됐다. MBC 관계자는 “학생 수십명이 잠긴 출입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며 “이후 갑자기 사람들이 문쪽으로 몰리며 문의 시건장치가 풀려 사고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사고 직후 현장은 비명과 고함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앞쪽에서 넘어진 노인 등이 연신 비명을 질렀지만 뒤쪽에 몰려든 사람들은 이를 듣지 못하고 계속 앞사람을 밀면서 운동장 진입을 시도했다. 뒤쪽에서 밀고 앞쪽에선 넘어져 밟히는 연쇄사고가 계속됐다. 악몽같은 10여분이 흐른 뒤 겨우 뒤쪽 사람들의 밀려들기가 중단됐을 땐 출입구 통로와 운동장에 100여명이 짓밟힌 채 나뒹굴고 있었다.
호흡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 인공호흡을 실시하는 모습과, 부상자와 사망자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연출됐다. 경찰과 119구조대 등이 긴급 출동했으나 인파에 밀려 현장 접근에 시간이 걸렸다. 겨우 수습된 사고 현장에는 주인을 잃은 신발과 옷가지, 김밥과 빵봉지 등이 널려 있었다.
◇사상자 주변=이번 사고 사망자는 모두 힘이 약한 60대 이상 여성과 어린이들. 이날 공연에 설운도, 태진아, 현철, 김수희, 휘성과 WSO 등 이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대거 출연할 예정이어서 대열 앞쪽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아 넘어져 짓밟히는 가족을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다친 사람도 많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부상자 안선봉씨(71·상주시 하남면)는 “사람들이 출입문 쪽으로 몰리는 순간 맨앞에 있던 사람이 쓰러지면서 뒤에 있던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우르르 넘어졌다”면서 “10여분간 사람들 밑에 깔려 있었는데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이날 오후 6시30분 이후 피해 가족을 찾는 문의전화가 폭주, 상주지역 전화가 2~3시간 동안 불통되거나 통화지연 사태도 빚어졌다.
◇안전대책 소홀=이번 행사는 지방에서 모처럼 열리는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콘서트로, 관람객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획사와 상주시, 경찰의 안전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공연 시작 2~3시간 전부터 시민과 관광객 1만여명이 운동장 주변에 모였고, 이 중 5,000명 가량이 출입구에 집중적으로 몰렸다. 그러나 통제인력은 경찰 30명과 용역업체 직원 70명 등 130명에 불과했다. 용역업체 인력은 대부분 전문성이 없는 대학생들이었다. 그나마 출연진 등 귀빈 안전에만 신경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노점상 이모씨는 “주최측이 미리 관람객을 한 줄로 세워야 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기획 이태현 사장(64)은 “이번 사고는 주최측의 경험 미숙에 따른 판단 착오 탓”이라며 “입구에 5,000명 이상의 관람객을 집결시킨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구급요원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상주|백승목·정홍민·백승찬기자 smbaek@kyunghyang.com〉
■사망자 명단
▲이희승(7·남) ▲김경자(63·여) ▲김인심(67·여) ▲채종순(72·여) ▲우인옥(54·여) ▲이순임(66·여) ▲황인규(12·남) ▲황인목(14·남) ▲최수연(76·여) ▲노완식(64·여) ▲구귀출(63·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