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0원의 진실을 찾아라.’
국감 증언대선 ‘삼성’ 5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답변하는 동안 최도석 삼성전자 부회장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법원이 삼성에버랜드 전·현직 임원을 배임 혐의로 기소한 배경엔 전환사채(CB) 발행가격(7,700원)의 ‘숨은 비밀’이 결정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2003년 공소시효에 밀려 뒤늦게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수사 초반 뜻하지 않은 ‘난제’를 만났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씨를 둘러싼 재산 증식과정 및 CB 발행 결의과정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지만 배임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열쇠인 CB 발행가격 때문에 수사가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에버랜드 주식이 CB 발행 전에 이미 장외 시장이나 기업간 거래에서 주당 8만5천원에 거래된 사실을 밝혀냈지만 삼성의 ‘셈법’을 규명하지 않으면 헛일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당시 검찰조사에서 “주당 7,700원은 에버랜드의 순자산가치를 반영한 적정 주가”라며 “전문 회계법인 2곳의 평가를 받아 산정한 금액”이라고 버텼다.
검찰은 “삼성이 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7,700원으로 계산한 배경엔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했지만 수수께끼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서울지검 특수2부의 내로라하는 세무·금융 전문가들이 총동원돼 7,700원의 비밀을 풀기 위해 매달렸지만 허사였다. 동원 가능한 숫자 조합을 모두 맞춰봤지만 도저히 ‘7,700’이라는 숫자가 나오지 않은 것.
그러나 답은 의외로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에버랜드가 증자금액으로 정한 1백억원에다 7,700원이라는 발행가격을 역으로 계산한 결과 이회장의 아들 재용씨와 세 딸이 받게 될 주식수(1백29만주)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 검찰은 순간 무릎을 탁 쳤다고 한다.
이것으로 수사는 끝이었다.
삼성이 관계사의 실권을 미리 예상하고 이재용씨를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받을 수 있는 지분까지 일찌감치 감안해서 가격을 정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CB 발행 자체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고도의 계획된 시나리오라는 결론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법원 공판 과정에서도 CB 발행가격의 적정성 문제가 이슈로 부각됐지만 법원은 검찰 손을 들어줬다.
〈박문규기자 park00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