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조조정본부 이학수 부회장이 해외에 장기 체류중인 이건희 회장을 만나고 돌아왔다. 현재 이른바 ‘X파일’과 삼성에버랜드 변칙 상속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민감한 시기에 삼성 수뇌부가 해외에서 조우했다는 점에서 이부회장의 귀국 보따리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이부회장은 14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현지에서 이회장과 면담을 나누고 17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지난 13일 X파일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2차 소환조사를 받은 뒤 출국금지 일시 해제를 조건으로 출국했다.
삼성은 이부회장이 미국 현지에서 해외 투자관련 회의에 참석한 뒤 시간을 내 미국 모처에 체류중인 이회장을 만나 각종 현안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이회장이 미국 현지 회동을 먼저 주문한 데 따른 ‘약속된 만남’으로 알려졌다. 이부회장이 검찰 수사와 각종 현안으로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회장이 현지 회동을 요청한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두 사람의 대화는 최근 삼성그룹 주요 현안에 대한 국내 분위기와 검찰의 수사동향 및 향후 대응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한다.
삼성 관계자는 “이회장의 체류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경영 및 투자계획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안다”면서 “구체적인 대화내용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의 최대 관심사는 삼성의 ‘반전 카드’에 쏠리고 있다. 삼성 주변에서는 “삼성이 현재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반전 카드’를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와 함께 사회공헌활동 강화와 대대적인 인적쇄신 소문도 나돌고 있다.
삼성은 그러나 이런 재계 일부의 관측을 일축했다. 이번 사건의 최종 귀착지인 검찰 수사가 아직 윤곽을 잡지 않은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게 그룹 수뇌부의 판단이다. 언젠가는 해법을 내놓긴 하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회장 주변에도 특이동향은 없다. 지난달 4일 정기검진차 출국한 이회장의 해외체류가 한달을 훨씬 넘겼지만 조기 귀국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박문규기자 park00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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