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마음의 평화를 바란다. 평화로운 마음이란 화가 일지 않는 마음이다. 갈등과 고민, 스트레스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마음의 평화를 누리기란 어렵다. 내 몸이 ‘진짜 나’(진아·眞我)라는 잘못된 관념에 얽매인 나머지 ‘가짜 나’(가아·假我)의 이기심(에고)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이기심은 대립과 갈등, 나아가 분노를 불러오게 마련이다. 진정한 마음의 평화는 에고를 걷어내야 드러난다. 에고가 완전히 없어진 마음, 그것이 바로 우리의 본성이요, 진아(참나)다. 명상은 우리 마음에 찰거머리처럼 붙어 있는 에고를 녹이는 수련이다. 명상의 최종 목표는 사랑, 자비 그 자체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수나 석가모니의 경지다. 헛된 꿈일까. “그렇지 않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명상지도자’ 이동호 순일수련원 원장이다.
이원장은 우리가 온전한 마음의 평화,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의 행복, 내면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우리가 내면에서 겪고 있는 갈등이 사라지면 평화요, 행복입니다. ‘행복’은 추상적이지만, ‘내면의 갈등이 없는 상태’는 훨씬 구체적이지요. 또 갈등이란 어떤 원인이 있어 나타난 결과입니다. 따라서 그 원인을 찾아내 없애면 갈등도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이원장은 내면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을 4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에서는 마음 속에 쌓여 있는 큰 갈등과 스트레스를 녹인다. 대부분 이 단계에서 마음의 ‘무거운 짐’은 내려놓게 된다. ‘내가 너에게 가진 죄의식·죄책감’ ‘네가 나에게 준 분노와 억압’, ‘내가 내 자신에게 가진 자괴감’ 등이 사라지니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2단계는 몸과 마음의 깊은 이완을 통해 내면의 ‘두려움’이나 ‘긴장’을 없애는 과정이다. 3단계에서는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생각이 분리되지 않는 방법을 배운다. ‘이 일’을 하면서 ‘저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마음의 평화로움이 넓어지고, 그만큼 화내는 일도 줄어든다. 마지막 4단계는 참나, 순수한 나를 체험하는 과정이다. 너와 나, 몸과 마음이 분리되지 않는 상태에 이른다.
“단계별로 목표가 있고, 거기에 이르는 이치(원리)와 구체적 방법이 있습니다. 수련을 하면 누구나 ‘아! 그렇구나’하고 확실히 느낍니다. 막연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같은 수련을 하더라도 똑같은 수준에 이르지는 않습니다. 수련자의 근기(根氣)나 노력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이원장의 삶은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달랐다. 중학교 시절 2년간 마음이 지극히 평화롭고 자유로운 상태에 머무는 ‘이상한’ 체험을 했다. 훗날 돌이켜보니 바로 참나, 불교용어로는 ‘삼매(三昧)’ 상태였다. 그 전에 죽음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고 수용하는 과정이 있었고, 친구가 던진 볼펜이 눈에 맞아 실명 위기에 빠지는 큰 사고도 겪었다. 그러나 이원장의 어린시절 체험은 20세기 인도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라마나 마하리시와 닮은 데가 있다. 스승이나 별다른 배움없이 문득 ‘깨달음’이 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그 평화로움도 고교·대학을 거치면서 사라졌다. ‘나쁜 짓 빼고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되, 후회하지 말자, 책임지자’는 좌우명에 충실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더욱 그랬다. 그렇게 살면서 주위 사람의 마음을 무척 아프게 했다.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줬다. 이런저런 사업으로 큰돈도 만져 봤지만 결국 접어야 했다.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마음의 고통은 날로 커졌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술로 밤을 지내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어린시절 체험한 평화로움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체념하듯 ‘툭’ 놓았습니다. 그러자 ‘극악하게’ 살아온 지난 삶이 눈 앞에 ‘동영상’으로 생생하게 펼쳐졌습니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습니다. 그동안 고통을 준 사람을 찾아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무릎을 꿇고 잘못을 뉘우쳤습니다. 그러면서 어린시절의 체험보다 더 깊은 평화로움이 찾아왔습니다.”
이원장은 이런 자신의 체험을 정리해 2003년 ‘방어할 두려움 없는 자유’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 책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어 마음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임시로 펜션이나 절을 잠시 빌렸다.
“몇 사람에게 수련을 지도한 결과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저와 같은 체험을 저보다 더 빨리 하는 분도 나왔습니다. 수십년간 쌓이고 쌓인 갈등이 스르르 녹는 사람도 봤습니다. 저의 방법이 내면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데 좋은 방법임을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수련원(www.soonil.org)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수련원과 인연이 닿은 사람은 200여명에 이른다.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공통점은 생활이 밝아졌다는 것입니다. 얼굴이 편안해지고, 몸의 아픈 곳도 좋아졌습니다. 특히 수련을 하지 않은 가족도 덩달아 편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련으로 마음이 편해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면서 화가 줄어든 결과입니다. 예전이라면 ‘싸울 일’이 수련 후엔 ‘싸우지 않아도 될 일’로 바뀐 것이죠. 사회생활에서는 짜증이 한결 줄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삶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지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수련방법을 부탁했다.
“늘 손을 가볍게 펴도록 하세요. 주먹을 쥔다는 것은 마음 속에 뭔가 하려고 준비하거나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더 좋은 방법은 늘 얼굴에 미소를 짓는 겁니다. 마음이 편해지면 몸도 편해지지만, 거꾸로 몸을 이완시키면 마음이 이완됩니다. (남자도) 앉아서 힘을 주지 않고 소변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는 보통 소변을 볼 때 힘을 줍니다. 빨리 끝내고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무의식 속에 갖고 있는 것입니다. 꾸준히 하면 깊은 이완이 오고 마음도 고요해집니다. 대변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이원장은 어떤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한 아주머니의 얘기를 들려줬다.
“그 분은 늘 ‘내가 만드는 옷을 입는 사람은 행복하세요’라고 기원하면서 옷을 만든다고 합니다. 누가 입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옷을 만드는 것이죠.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분은 수련을 해본 적이 없는데도 높은 수준의 내면의 평화, 행복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느날 갑자기 이 아주머니처럼 되기란 어렵다.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부단히 마음을 닦아 에고를 걷어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욕심을 내더라도 이기적이 아니라 참으로 ‘이타적 욕심’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이원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처럼 들렸다.
현재 마음의 상태를 물었다. “평화롭고 자유롭습니다. 마음의 갈등이 없어 평화로우며, 평화롭다는 생각마저 없어 자유롭습니다.” 알듯 말듯했다. 그러나 이원장에게서는 천진난만한 아기 같은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
〈노응근 편집국 부국장 han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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