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계간 ‘문학동네’로 데뷔해 활발한 시작 활동을 보여온 시인 안현미씨(34)가 첫 시집 ‘곰곰’을 냈다.
안시인의 시집은 요즘 ‘난해’ 코드로 흐르는 젊은 시인들의 시와 달리 우선 쉽고 재미있게 읽혀 반갑다.
선배 세대가 주로 보여준 심각함, 심오함을 벗고 대신 유연한 감각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살려낸다. 그렇다고 결코 가볍거나 함량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인은 ‘용기가 없고 비겁하다’는 뜻의 비굴을 석화, 잔굴, 홍굴 따위의 먹는 굴의 일종으로 변환시켜 가볍게 씹어먹어버릴 줄 안다.
‘1. 비굴을 흐르는 물에 얼른 흔들어 씻어낸다./2. 찌그러진 냄비에 대파, 마늘, 눈물, 미증유의 시간을 붓고 팔팔 끓인다./3. 비굴이 끓어서 국물에 비굴 맛이 우러나고 비굴이 탱클탱클하게 익으면 먹는다./(중략)/비굴은 나를 시 쓰게 하고/사랑하게 하고 체하게 하고/이별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당신을 향한 뼈 없는 마음을 간직하게 하고/그 마음이 뼈 없는 몸이 되어 비굴이 된 것이니/그러니까 내일 당도할 오늘도/나는 비굴하고 비굴하다’. (‘비굴 레시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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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이밖에 ‘육교(肉交)’ ‘짜가투스트라’ ‘식사(食死)’ 등 다양한 언어유희를 즐긴다. ‘곰곰’이 읽을수록 독특함이 도드라지는 시세계다.
〈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