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남부의 한 쿠르드족 마을에서 네 발로 걷는 5남매의 존재가 서구 과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의 7일 보도에 따르면 나이가 14~32세인 이들은 평소 두 손과 발을 이용해 걷고 양 무릎을 땅에 대고 잠깐 동안만 간신히 두 발로 서 있을 수 있다. 이들은 매우 발달된 팔 다리 근육을 갖고 있지만 정신적 지체가 있다. 일반인들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웅얼거리고 1에서 10까지 숫자를 세지 못한다. 시간과 공간 지각 능력도 떨어진다. 그러나 이들의 부모와 14명의 다른 형제자매들은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으며 5남매의 의사 표현을 어렴풋이 이해한다.
이들의 사례가 처음 알려진 것은 터키 추쿠로바 의대의 운네르 탄 박사가 국제신경과학저널(IJNS) 3월호에 이들에 대한 논문을 게재하면서다. 그는 인류가 네 발 보행에서 직립보행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유전자의 정체를 규명했으며, 해당 유전자 변이에 의해 인류가 ‘거꾸로’ 진화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의 ‘염색체 19p’ 결함으로 이러한 이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서구 언론과 과학계는 즉각 반응했다. 런던 정경대의 니컬러스 험프리는 최근 BBC 방송 취재진과 이들 가족을 방문해 현지조사하고는 “그들이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됐는지는 좀더 조사해봐야 하지만 이 성인들의 보행 방식은 수백만년 전 인류의 조상들이 걸었던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미국 브리검영대 케이스 크랜달 교수는 “‘역(逆)진화’ 가능성은 매우 그럴 듯하고 실험으로 검증 가능한 가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미 캘리포니아대 로렌스 뮐러 교수는 “진화가 아주 오랜 시간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에 비춰 한 두개의 유전자 변이가 직립보행처럼 엄청난 진화 과정을 결정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