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개그맨 김형곤씨가 지난 11일 오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48세.
김씨는 이날 서울 자양동의 ㅎ헬스사우나에서 목욕을 마치고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한 뒤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에 기증되며 영정을 비롯한 그의 유품은 후배 개그맨 고 양종철씨가 안장된 경기 고양시 청아공원에 묻힌다. 영결식은 13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대한민국 희극인장으로 치러진다. 경찰은 김씨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것으로 추정했다.
김씨가 갑작스레 사망한 뒤 인터넷에서는 추모 물결과 함께 그가 죽기 하루 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남긴 웃음에 관한 철학을 담은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씨는 미니홈피 ‘형곤생각’ 코너의 ‘대한민국이 웃는 그날까지’라는 글에서 “세상에 웃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돈을 벌려고 애쓰는 것도 결국 웃고 살기 위한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돈 버는 데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웃지 못하고 산다”며 웃음 부족 사회를 꼬집었다. 그는 또 “TV를 봐도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고, 친구를 만나도 엔도르핀이 팍팍 도는 사람을 만나라”고 조언했다.
김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빈소로 몰려든 동료 연예인들은 놀라움과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원로 희극인 구봉서씨는 “고인은 젊은 코미디언 중에서 시사풍자가 앞섰던 아까운 사람”이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1980~90년대 김형곤씨와 함께 활약한 심형래씨는 “함께 동고동락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뇌경색으로 몸의 일부가 마비된 조정현씨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조문했다. 이밖에 김보화, 엄용수, 김정렬, 최병서, 김미화, 서경석, 이윤석, 이홍렬씨 등 동료와 선후배 개그맨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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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80년 TBC 개그 콘서트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방송계에 데뷔했다. ‘공포의 삼겹살’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80~90년대 큰 인기를 모았으며 특히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등의 코너를 통해 시사풍자 코미디의 새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