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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2세대 SUV ‘ML350’ 시승기

입력 2006.03.13 17:37

벤츠 2세대 SUV ‘ML350’ 시승기

줄리아 로버츠와 리차드 기어가 주연한 영화 ‘귀여운 여인’에는 따뜻한 마음의 호텔 지배인이 나온다. 헥터 엘리존도가 연기한 이 지배인은 늘 정장차림에 깍듯한 행동으로, 격식과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게 인상적이다.

캐주얼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BMW나 아우디라면 귀여운 여인의 호텔 지배인을 연상시키는 차가 바로 벤츠다.

성능과 승차감, 깊이까지 웬만해선 틈을 보이지 않는 게 벤츠 이미지다.

벤츠가 만든 2세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ML350 역시 이런 벤츠의 특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운전석에 앉자 벤츠 특유의 착 가라앉는 무게감이 압도한다. SUV인데도 밝고 경쾌하기보다는 놀러가는데 넥타이 매고, 양복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3,498V6 DOHC 24밸브 가솔린 엔진은 깔끔했다.

시동을 걸자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달리기 성능도 신중하면서도 경쾌하고, 다이내믹하면서도 안정감 넘치는 게 벤츠 세단을 모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무게는 장갑차인데 달릴 때는 스포츠카다.

최고 출력이 272마력에 달하고 최대 토크는 35.7㎏·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8.4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이전 모델과는 달리 세단에 주로 쓰이는 모노코크 방식으로 차체가 설계돼 중심이 낮아졌고 상시 4륜 구동으로 코너링도 안정적이었다.

인테리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세련된 도시형 SUV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센터 콘솔에 설치된 일반적인 변속 레버 대신 스티어링 휠에서 가장 접근이 용이한 위치에 다이렉트 셀렉트 변속 레버를 설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익숙해지자 더 편리했다. 가죽과 벨벳을 혼합한 시트도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SUV 모델에는 최초로 장착된 ‘PRE-SAFE’도 ML350의 자랑거리다. 사고 위험시 탑승자의 좌석 벨트를 팽팽하게 당겨주거나 선루프를 닫아주고, 탑승자의 좌석 위치를 에어백이 팽창하기 가장 좋은 최적의 상태로 맞춰주는 안전시스템이라는 게 벤츠의 설명이다.

에어매틱 서스펜션 시스템도 재미있다. 웅덩이가 파여있거나 굴곡이 심한 오프로드를 달릴 때 공기압을 이용, 바닥 높이를 조절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벤츠의 최고급 럭셔리 SUV답다.

그런데 시승 내내 뭔지 모를 불편함이 떠나지 않는다. 미국 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모델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팔을 길게 뻗어야 창문을 여닫는 버튼을 조작할 수 있어 신경이 많이 쓰였다. 승차감도 개운치는 않았다. 원인을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그런 어색함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디젤 모델이 아닌 가솔린 SUV를 들여온 것도 승차감을 고려한 결정이었을 텐데 정작 승차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이러니다.

〈유형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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