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우량농지 확보’를 주장하는 농림부와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환경단체간 대결에서 최종적으로 정부측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1989년 기본계획이 세워진 뒤 17년간 논란을 빚어온 새만금 사업은 ‘단군이래 최대 국토확장사업’으로 끝나게 됐다. 하지만 대형 국책사업의 타당성 문제를 개발과 보전 중 어느 쪽에 더 가치를 둘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 사법부의 판단으로 결론내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논란은 남아있다.

대법원 판결로 새만금 사업의 진행이 최종 확정된 16일 새만금 제2공구 현장에 차량들이 부지런히 흙을 실어나르며 17일부터 본격 진행될 방조제 개방구간(2.7㎞)에 대한 물막이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새만금/김정근기자
대법원이 이날 내린 판단의 근거는 “새만금 사업을 중단할 정도로 사업계획의 경제적 타당성이 낮거나 환경파괴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보다 ‘개발에 따른 가치 창출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것이다.
대법원은 우선 민관공동조사단이 1년2개월간의 연구를 통해 내놓은 조사결과 발표를 근거로 새만금 사업의 경제성을 인정했다. 민관공동조사단은 1999년 5월 환경단체가 추천한 위원 등 21명의 민간위원과 9명의 정부관계기관 인사 등 30명의 공공투자분석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새만금 사업 승인처분 무효화’를 위해서는 사업으로 인한 과다한 비용과 희생이 검증되어야 하는데 그 정도로 명백한 하자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논리다.
‘사업승인 처분 당시 적법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무효’라는 원고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내용이 다소 부실한 점이 있었지만 그 후 정부가 하자를 보완했고 생태계 및 해양환경 오염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만금사업으로 조성될 담수호가 농업용수로서의 수질기준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역시 환경단체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대법원은 “새만금기본계획 수립 당시에는 수질대책이 미흡했지만 그 후 환경부의 수질보전종합대책 시안을 토대로 정부조치계획이 수립되는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1, 2심을 거치며 엇갈린 판단이 내려졌던 ‘농지의 필요성’ 부분도 승패가 가려졌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미래의 식량위기와 남북통일 등 국내외 여건 변화에 대비해 낮은 식량 자급도를 높여야 한다”는 2심 논리가 채택됐다.
1심 재판부는 “이미 쌀이 남아돌아 처리가 곤란하고, 벼농사를 짓지 않고 놀리는 땅에 보상금까지 주는 마당에 농토를 추가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대법원이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일축하며 일관되게 제시한 논리는 “사업 면허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사업 유지가 현저히 공익에 반하는 경우여야 하며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지의 필요성 ▲사업의 경제성 ▲수질관리대책의 적절성 ▲해양환경 침해 정도 등이 사업을 중단시킬 만한 정도인지에 대한 입증책임을 대법원이 전적으로 원고에게 떠넘김으로써 책임을 피하려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법원은 새만금 사업추진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정책적 관점이 아닌 법률적 관점에서 평가·판단한다”고 전제한 것도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표현이다.
〈권재현기자 jaynew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