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두아이 ‘바른입맛’키우는 최성순씨네

최근 과자 첨가물이 인체에 해롭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부모들은 시판되는 간식거리에 선뜻 손을 대기 두렵다. 불안감이 높아지자 일각에서는 과자에 쓰이는 모든 원료와 첨가물의 ‘알레르기 유발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을 부착토록 하자는 법안까지 추진중이다. 이같이 긴장된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평소 주식은 물론 아이들 간식에서도 철저하게 몸에 좋은 친환경 먹거리를 지키고 있는 집을 찾아가 봤다.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최성순씨(40) 집. 최씨는 환경정의의 소모임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의 회원으로 좋은 먹거리에 대한 고민거리를 나누고 실천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가족]두아이 ‘바른입맛’키우는 최성순씨네

막 집안에 들어섰을 때 최씨는 쑥가루로 아이들과 먹을 쑥개떡을 반죽하고 있었다.

“순권아, 이건 뭐야?” “응, 엄마 개구리떡이야. 멋지지?” “엄마 반죽 더 없어요? 더 만들래.” 아이들과 엄마의 웃음까지 버무려진 떡은 만드는 풍경까지 고소하다.

6살 쌍둥이 남매 은지, 순권이에겐 엄마를 도와 떡, 부침개를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한창 초콜릿이며 과자, 햄버거 등을 좋아할 나이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 대신 찐 감자나 고구마, 백설기, 인절미, 강정 등을 집어든다. 청량음료는 아예 입에 대지도 못하고 대신 선인장차, 매실차, 쑥차, 오미자차, 녹차를 자연스럽게 마시는 모습을 보면 모두들 깜짝 놀란다.

피자는 한입도 못 먹고 손을 내젓고, 친구들과 함께 나눠준 과자도 반봉지조차 못 먹은 채 맛없다고 내려놓는 아이들. 안 먹어봤으니 그럴 수밖에.

아이들이 이렇게 순토종 입맛을 가지게 된 것은 엄마의 철저한 관리 덕이다. 닭고기, 돼지고기만 먹으면 온몸을 긁어대는 남편의 알레르기 체질을 아들이 물려받은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과자나 사탕 대신 이 집 냉장고엔 들깻가루, 쑥가루, 쌀가루, 가래떡, 각종 고물과 소를 만들 콩류가 떨어지지 않는다. 미리 만들어둔 인절미를 구워 꿀에 찍어 먹거나 된장에 양념한 떡볶이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 아이들은 손님들이 가끔 사오는 아이스크림보다 단호박을 으깨서 꿀과 우유를 넣고 만드는 엄마표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단다. 주스도 직접 만든 당근주스나 사과·키위주스를 더 잘 마신다.

간식이 이 정도이니 주식은 말할 것도 없다. 웬만한 채소는 집에서 길러 먹고 조미료는 소금만 쓸 뿐, 멸치니 버섯 등을 넣어 만든 천연조미료가 냉장고에 가득하다. 그러고 보니 플라스틱 그릇 대신 유난히 옹기 용기가 많다. 이날도 싱크대 한켠엔 녹두죽을 만들려고 불려놓은 녹두 한줌이 눈에 띄었다.

“맛있고 안전하잖아요. 한번 만들어 보면 정말 쉬운데 안하다 보니 어렵다고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또 할수록 메뉴도 무궁무진해지고요.” 가장 쉬운 것은 인절미. 찹쌀을 씻어 찹쌀밥을 지은 다음 양념찧는 방망이로 찧어 콩가루에 굴리면 끝이다.

“햄버거 안 먹고 싶어?” 물으니 “엄마가 첨가물 들어 있어서 안된대요”라고 합창하는 아이들.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밥”이라는 ‘바른생활 어린이’들이다. 이렇듯 건강한 밥상머리에서 큰 아이들은 장염과 감기에 심하게 걸려 고생했던 적을 빼곤 잔감기 한번 앓아본 적이 없단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면서 최씨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바로 유치원이나 학교 등 단체생활의 먹거리에 안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주변에서 유기농 식단을 지키는 유치원을 찾아보고, 없으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측에 좋은 먹거리를 건의할 생각이다. 아이들이 더 크면 주변에 올바른 먹거리를 홍보하는 강사나 유치원이나 학교의 단체급식 조리사로 일하고도 싶다고 했다.

“크면 똑같이 물들 텐데 뭐하러 유별나게 키우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도 한번 입맛을 이렇게 길들여 놓으면 커가면서 유해음식을 2개 먹을 경우에도 1개만 먹지 않겠어요? 공부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입맛을 길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 겨울엔 제주도 농가에서 귤 4박스와 한라봉을 배달해 먹은 이 가족은 “날이 좀더 따뜻해지면 할머니댁 근처에 가서 쑥 뜯고 냉이 캘 계획”이라며 빙긋 웃었다.

▶아이 위한 ‘바른 먹을거리’ 실천 10계명

◇외식을 줄이자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게 하자

◇유전자 조작식품은 ‘안돼!’

◇식품 첨가물을 따져가며 제품을 사자

◇요리는 건강한 재료로

◇조리는 간단할수록 좋다

◇천연조미료를 쓰자

◇고기를 줄이자

◇아이에게 제철음식을

◇청량음료 대신 건강음료를

환경정의·다음을 지키는 사람들(www.eco.or.kr) 제공

〈글 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사진 김영민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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