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올리브유를 탐하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 그여자네 집

올리브유를 탐하다

입력 2006.07.19 14:48

올리브 오일로 유명한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의 작은 시골마을, 로로 시펜나의 올리브 농장, 태양빛에 주렁주렁 열매를 매단 올리브 나무 저멀리 평화로운 농가가 보인다.

올리브 오일로 유명한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의 작은 시골마을, 로로 시펜나의 올리브 농장, 태양빛에 주렁주렁 열매를 매단 올리브 나무 저멀리 평화로운 농가가 보인다.

이탈리아 피렌체 공항에서 동쪽으로 한시간쯤 차를 달려 도착한 아레초주 로로 시펜나. 올리브유를 논할 때 둘째 가라면 서러울 법한 투스카니 지역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산등성을 힘겹게 올라 해발 630m쯤 자리잡은 전형적인 농가 ‘빌라 베르톨리’에 올라서니 온 사방이 태양빛에 반짝거리는 올리브 나무다. 올리브 나무에 매달린 열매는 아직 손가락 마디 반도 안되는 상태. 연초록빛 열매는 수확철인 10~12월을 기다리며 열심히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집집마다 올리브 나무를 키워 ‘우리집표’ 올리브유를 만들어 먹는다. 우리네 농촌에서 참기름 짜먹듯 자기 집에서 딴 올리브 열매를 동네 방앗간에 들고 가 올리브유를 짜오는 것. 수확철이면 온 산과 들이 올리브나무와 열매를 따려는 사람들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한때 서울 강남의 고급 백화점 진열대에서나 볼 수 있던 올리브유.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설, 추석 단골 선물세트로 등장할 만큼 요리에 애용되고 있다. 이제는 ‘무조건 좋다더라’보다 ‘왜 좋은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꼼꼼히 살필 시점이다.

◇올리브유 무엇이 다른가=올리브유는 전체 성분 중 77%가 몸에 좋은 단순 불포화 지방산이다. 이중 올리엔산과 폴리페놀은 대표적인 항산화물질.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세포의 노화를 막아준다. 올리브유가 일반 식용유와 다른 점은 천연항산화제가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 쉽게 산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번 쓴 기름을 걸러 여러 번 쓸 수 있다. 반면 콩기름, 옥수수유 등은 유통도중 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열로 파괴된 항산화 물질 대신 산화 방지제인 BHA·BHT 등이 들어간다. 하지만 산화방지제 역시 열을 가하면 파괴되기 때문에 한번 쓴 식용유는 다시 쓸 수 없다.

포카차 빵을 화덕에서 꺼내는 빌라 베르톨리의 셰프.

포카차 빵을 화덕에서 꺼내는 빌라 베르톨리의 셰프.

◇올리브유 제대로 고르기=올리브유의 종류는 산도와 생산과정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재료나 요리법에 따라 알맞은 기름을 맞춰 쓰는 게 효과적이다. 엑스트라 버진은 최상품 올리브유를 압착해 얻은 첫번째 오일로 맛과 향이 최고이며 신맛이 거의 없다. 발사믹 식초나 간장과 섞어 빵을 찍어먹거나 샐러드 드레싱 등 열을 가하지 않는 요리에 알맞다. 파인 버진은 엑스트라 버진을 짜고 남은 올리브유를 한번 더 짜낸 것이다. 오랜 시간 익히는 생선요리, 닭요리, 파스타에 적합하다. 정제 오일은 산도가 3.3%를 넘은 오일에 열을 가해 정제 처리한 것이다. 맛과 향이 거의 없으며 버진 오일과 섞어 퓨어 오일을 만드는 데 쓰인다. 퓨어 오일은 버진 오일의 함량이 높을수록 좋으며 튀김 요리에 적당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엑스트라 버진과 퓨어 정도가 시판되고 있다. 상표를 볼 때는 산도와 원산지, 유통기한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보통 1~2년.

올리브유에는 국산품과 수입품이 따로 없다. 한국에서 올리브가 생산되지 않아 전량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리브 원유를 어떻게 들여오는가에 따라 신선도와 가격차이가 난다. 베르톨리, 보르게스 등 직수입 브랜드들은 현지에서 생산, 바로 유리병에 담은 올리브유 완제품을 들여온다. 반면 CJ, 오뚜기 등 국산 브랜드들은 원유를 대량으로 가져와 국내에서 가공과정을 거친 뒤 페트병에 담아 시판한다. 이는 국내업체들이 직수입 제품들보다 올리브유를 3,000~4,000원 싸게 내놓을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유해성분이 기름에 녹아나 해로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리브유도 와인처럼 음미한다=올리브유도 와인의 소믈리에처럼 맛을 보는 전문가가 있다. 이탈리아의 올리브유 생산업체 중 하나인 유니레버 베르톨리의 브랜드 매니저 마테오 안토니엘리는 “해마다 지역마다 올리브의 상태가 다르다”며 “각 지역에서 가져온 올리브유를 섞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 때 보증된 맛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 패널의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유는 수확이 빠른 상태일수록, 즉 설익은 녹색열매에서 짜낼수록 사과향이나 풀향이 나고 입천장 뒤에서 톡 쏘는 듯한 후추향이 느껴진다. 반면 농익은 검은색 열매에서 짜낸 올리브유는 부드럽고 순하다.

〈글 아레초(이탈리아) 이인숙기자 sook97@kyunghyang.com〉

〈사진제공 디자인하우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