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2004년 사행성 게임물 심의기준을 놓고 영상물등급위원회와 줄다리기를 하던 가운데 영등위원들에게 e메일을 수시로 보내 기준 완화를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28일 전 영등위원들에 따르면 문화부 관계자는 2004년 1~7월 사이 영등위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업계 의견을 한번쯤 듣고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라는 등 업체 의견을 적극 반영하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e메일에는 “게임 시간대별 구분을 3단계로 간단히 해 개발업자로 하여금 융통성을 갖도록 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경품한도액(2만원)을 초과할 경우 상품권이 자동배출되면서 게임기 화면이 초기화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2만점 이상 딴 유저(사용자) 입장을 고려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문화부 실무자는 영등위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 자구를 고쳐 수정의견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부의 이같은 e메일 발송은 그동안 “영등위에 사행성 게임물 등급분류 기준을 강화하라는 공문을 2002년 두차례, 2004년 다섯차례 등 모두 일곱차례에 걸쳐 보냈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일부 영등위원들은 문화부의 고압적인 e메일 요구에 대해 “부당한 개입과 압력”이라며 반발, 회의 참석을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오 전 영등위원은 “문화부가 낮에는 공문을 통해 사행성 게임 심의기준 강화를 요청했지만, 밤에는 e메일을 통해 영등위원들에게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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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영등위원은 “영등위는 2004년 7월 심의기준 강화를 공고했으나 문화부의 요구로 시행에 들어가지 못하다가 결국 규제개혁위의 반려조치로 1년여 동안 심의기준 제정이 무력화된 바 있다”고 말했다.
〈최상희기자 nie11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