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침탈로 몰락한 대한제국 황실 후손들이 황실 복원에 나섰다.
대한제국 황족회는 29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대한제국 제30대 황위 승계식’을 갖고 의친왕의 둘째딸 이해원 옹주(88)를 황위 계승자로 추대, ‘길운여왕’으로 명명하고 대관식을 거행했다. 황위 승계식에는 황실 친족, 독립운동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황족회는 2005년 7월16일 이구(李玖) 제29대 황위 계승자가 일본의 한 호텔에서 타계하자 이를 계기로 황손 10여명이 중심이 돼 지난 5월5일 결성한 가족모임이다.
대한제국 황실 후손들이 황실 재건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으로, 이들의 황실 복원 노력이 여론의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족회는 이날 ‘문화 대한제국’의 총리대신으로 이강무 성민대 총장(효령대군 후손)을, 비서실장에 이성주씨(남연군 생가 종손)를 각각 임명했다.
황족회 관계자는 “간악한 일제에 의해 자행된 대한제국 황족 말살정책으로 황실의 법통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며 “더 늦기 전에 황가의 맥을 잇고자 이해원 옹주를 제30대 황위 계승자로 추대했다”고 설명했다.
황위 계승자인 이해원 옹주는 대한제국 황실의 법통을 잇는 것은 물론 황실 유지보존 및 복원 사업권, 제31대 황위 계승 후계자 지명권, 황실의 대표전권이 부여된다고 황족회는 밝혔다. 황실명이 ‘이진’인 이해원 옹주는 의친왕(이강)의 둘째딸이자 고종의 손녀로 1919년 태어났다. 옹주의 남편은 한국전쟁 때 강제 납북됐다. 옹주는 1992년 아들을 따라 미국에서 살다 2002년 귀국한 후 경기 하남시 풍산동 빈민촌의 4평짜리 월세방에서 둘째아들 이진왕씨(62)와 함께 살고 있다.
이초남 황족회 사무총장은 “이해원 옹주는 의친왕가의 생존 자녀 가운데 서열이 가장 높은 분으로 황실 법도에 따라 황위를 승계했다”며 “황실 법통상 여성이 황위를 잇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황위 계승자가 된 이해원 옹주는 “일제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힌 황실을 재건하고 뿔뿔이 흩어진 황실 가족을 다시 모아 황실을 복원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족회는 이해원 옹주가 대한제국의 황위를 승계한 사실을 금명간 우리 정부에 전달하는 한편 외국 황실협회에도 대한제국 황실 복원을 공문을 통해 알린다는 방침이다.
네티즌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대한제국은 몰락한 왕국’이라며 상당수가 복원에 반대하는 가운데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옹호론을 펴는 의견도 있었다.
‘(황실을) 종친회 개념으로 봐야 한다. 다른 특권이나 자금 지원은 절대 반대’(aooooz) 등 황실지원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 증가를 지적하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반대로 ‘황실이 생기고 안정되면 정신적 지주가 생기는 것’(target816), ‘구심점도 생기고 황실 자체가 대한민국 브랜드가 될 수도 있을 것’(jd340) 등 찬성론을 편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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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황족회 대변인은 “정부의 물질적 지원은 바라지 않으며 황실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바로 세우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최상희기자 nie11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