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산하기관 4곳의 이전을 추진하면서 성급하게 부지와 청사를 매각했다가 이들 기관이 2∼4년간 ‘셋방살이’를 해야 할 딱한 처지에 놓였다. 이 때문에 낭비된 혈세만 8백억여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병호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1994년부터 식약청, 질병관리본부, 국립독성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을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2002년 7월엔 보건진흥원 대지 및 청사를 (주)동일하이빌에, 2003년 12월엔 식약청 등 3곳을 서울시에 각각 매각했다. 보건진흥원은 계약상 오는 12일31일까지, 식약청 등 3곳은 2008년 9월15일까지 청사를 비워줘야 한다.
오송단지 기반조성이 2007년말로 늦춰지면서 사태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들 국책기관은 설계 및 신축 등의 기간을 감안하면 일러야 2010년말이 돼야 입주가 가능하다. 보건진흥원은 내년 1월1일부터 4년간, 식약청 등은 2008년 9월부터 2년간 공중에 뜨게 된 것이다.
이들 국책기관이 매각된 청사를 임대할 경우 청사 사용료로만 1백89억원을 물어야 한다. 복지부는 이전지연에 따른 청사 임대료를 예산에 반영해 지원키로 했지만 판단 실수로 안써도 될 혈세만 낭비하게 된 셈이다. 손실은 이것만이 아니다.
김병호 의원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식약청 부지의 경우 공시지가 기준(서울시 홈페이지)으로 2003년 당시 매각대금이 1천4백63억원이었지만, 2005년에 계약됐다면 2천60억원에 팔 수 있었다. 성급한 매각으로 6백억원가량 손해를 입은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통해 보건정책국 직원과 연구용역 책임자 등 10명에 대해 사업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징계(경고)를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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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의원실은 “서둘러 매각한 이유가 석연찮고 정책적 판단 실수를 하위직 직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최상희기자 nie11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