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외국어 영역 문제에 한국 전통의 방한모자인 남바위가 등장했다. 31번 문항이다. 남바위의 그림을 제시한 뒤 이의 쓰임새가 아닌 것을 묻는 문제였다. 보기로는 ‘이마’, ‘들어내다’, ‘붙이다’, ‘묶다’, ‘장식’이었다. 답은 ‘들어내다’었다. 이처럼 16일 치러진 수능에서도 이색문제들은 많았다.
지문이 길지만 답은 어렵잖은 문제도 있었다. 1교시 언어영역 듣기평가 문제가 그랬다. 우리나라의 해외 공적원조에 거부감을 갖는 남학생과, 세계 11위 경제대국답게 공적원조를 늘려야 한다는 여학생의 대화를 들려준 뒤 ‘여학생의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나라를 찾으라’는 문제를 냈다. 보기로는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파키스탄 등이 제시됐다. 이들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과 공적개발원조액도 제시됐다. 답은 우리와 국민소득이 가장 유사한 포르투갈이었다.
인터넷 댓글이 제시된 문제도 나왔다. 언어영역 11번 문항은 ‘남이 충고하면 소가 느닷없이 뿔로 들이받듯 과격하게 반응한다’는 말과 다른 보기를 찾으라는 문제였다. 댓글 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문제화한 것이다. 답은 ‘쇠뿔을 단김에 빼듯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었다.
12번 문항은 앵커가 헤드라인 뉴스 4가지를 들려주고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을 찾아내는 문제다. 앵커가 UN 관련 내용을 말하고 보기에도 ‘UN 사무총장 선출’이 등장하지만 답과 상관없는 함정이다.
‘황우석 파문’을 상기한 문제도 나왔다. 생물Ⅱ의 18번 문항은 핵치환 과정을 통해 체세포복제 줄기세포를 만들고 이를 진짜와 가짜를 확인하는 실험과정과 결과를 제시했다. 이 과정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가 거짓임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과정과 비슷하다.
법과 사회 7번 문항은 혐오하던 연예인에게 야외무대에서 얼굴에 암모니아수를 뿌린 사건을 지문으로 제시하며 올바른 법적 판단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정답은 ‘민사재판의 피고가 된다’와 ‘유죄판결 확정전까지 무죄’였다.
〈최상희기자 nie11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