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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수씨 “디지털적 ‘동구리’ 옛그림에서 영감”

입력 2006.11.21 18:22

권기수씨 “디지털적 ‘동구리’ 옛그림에서 영감”

“동구리를 보고 팝아트 캐릭터 같다, 일본냄새가 많이 난다고들 하시는데요, 애초 동구리는 팝아트와는 출발 자체가 달라요.”

동그란 얼굴에 늘 미소를 짓고 있는 동구리를 소재로 회화와 설치, 영상 작업 등을 발표해온 작가 권기수씨(34)는 동구리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동구리’는 최근 2~3년 간 국내뿐 아니라 타이베이, 상하이, 도쿄,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관객들을 만나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현재 작가는 최근작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서울 삼청동 아트파크에서 열고 있다. 가로 길이만 5.5m에 달하는 회화를 비롯한 대형 회화로 마치 컴퓨터로 찍어낸 듯 깔끔한 마무리가 돋보인다.

작업 과정이 궁금했다. 서울 망원동에 있다는 작업실에서 작가 권기수를 만났다. 작품이 빠져나가 썰렁하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작업실에는 곳곳에 설치했던 조형물과 소형 캔버스 회화, 대형 캔버스 회화 작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작업실 귀퉁이에 놓인 프린터와 노트북이 눈에 띄었다. 프린터는 드로잉을 위한 도구다. 작가는 대형 회화의 드로잉을 컴퓨터화하고 이를 부분 부분 나눠 출력한 후 캔버스 위에 베껴낸 뒤 채색을 한다. 과정은 철저히 디지털적이지만 결과물은 아날로그적이다.

사실 동구리 역시도 아날로그 작업의 산물이다. 본디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동양화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 1997년부터 4년 가까이 종이에 먹으로 사람의 실루엣을 그리고 이를 오려내 전시장 벽면에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사람들의 뒷모습이야말로 꾸밀 수 없고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작품을 전시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작업에 회의가 들었고 속도감 있게 인체를 드로잉하는 과정에서 ‘동구리’가 탄생했다.

“큰 종이에 속도감 있게 먹으로 사람을 드로잉 하다보니 형태가 단순화되면서 동구리가 탄생했어요. 2002년 즈음이었는데 초기 동구리의 모습을 보면 지금처럼 말끔한 모습이 아니라 먹이 흘러내려서 잔혹하기까지하죠.”

권기수씨 “디지털적 ‘동구리’ 옛그림에서 영감”

작가가 보여준 초기 동구리의 모습은 그의 설명대로다. 늘 빙그레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에서 ‘현자’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작가는 ‘동구리’를 ‘피에로’에 비견한다. “동구리는 웃고 있지만 사실 웃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동구리를 보고 삶의 회한을 느낀다는 분들도 있어요.” 초기 드로잉에서 시작한 ‘동구리’ 연작은 점차 입체 조형물로, 영상물로 종국에는 캔버스로까지 확장되었다. 조수의 손을 빌릴 정도로 최대한 캔버스의 크기를 키우고 작업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작가는 “작게 그려서는 발전이 없어요. 발전하는 단계에서는 스케일이 큰 대하소설을 쓰듯이 작업을 하고 싶어요.”

아무리 아크릴이라는 서양화의 재료를 이용하지만 그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역시 옛 그림들이다. “옛그림들이 마음을 편히 하고 상상의 날개를 펴는 데 편해요. 배운 게 동양화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산수화 속에서 노는 게 더 편해요.” 이번에 발표한 ‘검은 숲-7’도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전돌에 새긴 ‘죽림칠현도’에서 착안한 작품이며, 매화나무 가지 위에 올라탄 동구리 등 동양화에 자주 등장하는 조형언어를 차용한 작품이다. “디지털적인 것을 일본문화의 산물로 해석하곤 하는데 정밀하고 화려한 것도 우리 미술의 특질입니다.” 그러니 동양화에 기반한 자신의 작품도 너그러이 봐달라는 주문이다. 전시는 다음달 3일까지. 무료. (02)733-8500

〈글·사진 윤민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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