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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 도입 8년]선생님도 ‘절레절레’

입력 2006.11.23 18:21

[수행평가 도입 8년]선생님도 ‘절레절레’

#장면1:서울 지역 초등 5학년생인 ㅎ군은 지난 7월초 과학과목 수행평가 과제를 받고 황당했다. 과제는 ‘도롱뇽 1마리 잡아오기’였다.

인근 ○○산의 도롱뇽이 심한 환경오염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는 게 교사의 취지였다. 제출 기한은 1주일. ㅎ군은 토요일 오후 아버지와 함께 산 계곡을 뒤지며 도롱뇽을 찾아 돌아다녔다. 허탕을 쳤다. 일요일에도 아침 일찍부터 아버지와 다시 산을 헤맸지만 실패했다. 과제 제출 날짜가 됐다. 학교에 가 보니 도롱뇽을 잡아 온 학우들이 3분의 1가량 됐다. 어디서, 어떻게 잡았는지 신기했다. 그러나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다.

#장면2:‘태양열 자동차 만들기.’ 서울 지역 중3년생 ㅇ군이 지난 9월 말 기술과목에서 제시받은 과제다. 4명이 한 조가 되어 태양전지로 굴러가는 가로 30㎝×세로 10㎝ 정도 자동차 모형을 만들라는 거였다. 다행히 실습재료는 학교에서 나눠줬다. 핵심은 모터 제작. 보통 납땜을 20번 정도하면 되지만 ㅇ군이 속한 팀은 60번가량 때우고도 잘 안돼 또 땜질 작업을 해야 했다. 방과 후에도 남아 매일 2시간가량 제작했다. 시작한 지 8일 만에 겨우 만들어 제출했다. 수업시간에 실제 작동을 해보니 4개조의 태양열 자동차는 작동했고, 나머지 6개조의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수행평가 과제 가운데 학생들이 하기 어렵거나 교육적 효과가 의문시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모 고교 사회과목 과제로 제시된 ‘시장실패와 정부실패사례 분석하기’는 경제학과 대학생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제다. ‘달 사진을 찍어서 달의 위치 변화를 관측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과제도 중3 학생들에겐 벅차다. ‘1주일간 돈없이 살아보기, 실천 및 평가’(고 사회)는 과제 수행이유가 분명치 않고 현실성이나 검증하기도 어려운 주제다.

‘주변에 청렴결백한 사람을 조사하기’(중 사회)도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동명왕편을 읽고 영웅의 일대기를 맞추어 자신의 신화를 쓰기’(고 국어)나 ‘수학 70문제 만들어 풀기’(중 수학) 등은 수행평가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과제로 꼽힌다.

단순 숙제인지 수행평가인지 모호한 과제도 많았다. ‘고사성어 테스트’(고 한문), ‘단어시험’(고 국어), ‘각 단원의 주요 개념 및 시사용어 단답형 평가’(고 윤리), ‘시 암송하기’(고 국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평가척도가 지나치게 주관적인 경우도 있다. ‘수업태도’(고 외국어), ‘수업참여도 및 공책 검사’(중 한문), ‘교과서 읽기’(중·고 국어) 등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과제도 있었다. 학생들이 교사들의 평가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최상희·송윤경기자 nie11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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