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는 진보’ 10개 싱크탱크 첫 합동토론

“위기에서 대안으로.” ‘진보의 위기’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진보 성향 싱크탱크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비판만 하다보니 대안이 없다’ ‘경제에 무능하다’ 등 비판을 뼈아프게 느껴온 진보진영 브레인들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진보’를 본격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10개 진보진영 싱크탱크가 지난 24일 ‘한국형 대안 경제모델’을 찾겠다며 한자리에 모인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리를 마련한 곳은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소장 조희연)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원장 손석춘)이다. 서울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이날 모임은 ‘한국 경제의 대안을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열린 제1회 합동 연속토론회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희망제작소 등 10개 단체가 함께한 이날 토론회에서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형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새사연의 김병권 연구센터장은 ‘노동중심 국민경제론’을 한국 경제의 대안으로 각각 제안했다.

두 발표자는 성장·분배의 이분법을 지양하고 진보도 성장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공통으로 제기했다. 참석자들 사이에 “고성장 콤플렉스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나와 4시간 동안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신교수는 덴마크·스웨덴의 북유럽형 사민주의 모델을 염두에 둔 ‘한국형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산업 정책, 금융 및 노동시장 정책, 사회복지 정책 등에 걸쳐 종합적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손석춘 원장은 “그동안 진보진영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만 있었을 뿐 대안 논의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소장은 “여러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한국 사회에 대한 대안을 찾는 첫 걸음”이라며 “일단 10회가량 토론회를 갖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세교연구소 최원식 이사장(인하대 교수)은 “그동안 진보진영의 문제는 모여서 소통할 기회가 너무 없었다는 것”이라며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는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달 있을 2차 토론회에서는 진보정치연구소가 발간할 ‘신국가전략보고서’를 토대로 진보의 ‘성장’ 전략을 본격 모색한다. 다음에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고문으로 있는 ‘코리아연구소’의 발제로 진보적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논의하며 차츰 교육·복지·여성·환경 등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단체간 연대뿐 아니라 개별 단체들의 대안 찾기도 활발하다. 희망제작소는 최근 직장 은퇴자들의 전문성을 살려 사회에 공헌하게 하는 ‘해피 시니어’ 프로젝트, 현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공무원 학교’, ‘더 좋은 지하철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 등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잇따라 가동하고 있다.

또 전 청와대 수석 박주현 변호사가 이끄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는 경제·주택·농어촌·일자리·조세 정책 등을 집중 연구대상으로 삼고, 최근 ‘조세재정 개혁과제’를 주제로 첫 보고회를 가졌다. 소장 경제학자들이 주축이 된 ‘대안연대회의’는 12월1일 금융경제연구소와 함께 ‘한국형 신성장동력과 복지모형, 이를 위한 조세재정 개혁’을 주제로 간담회를 연다.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

-10대 진보 싱크탱크-

한국 사회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10대 민간 진보 싱크탱크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대안연대, 세교연구소, 좋은정책포럼, 진보정치연구소, 참여사회연구소,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코리아연구원, 희망제작소 등이다. 이들은 최근 1~2년 사이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진보의 위기’ 담론이 현실화되고, 신보수의 부상에 자극 받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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