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미술사학계를 대표하는 존 리월드의 ‘인상주의 역사’(까치)가 번역 출간됐다. 인상주의 미술과 그 화가들을 다룬, 미술사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으로 1946년 초판이 나왔다.
19세기 후반 인상주의의 등장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모네, 르누아르, 피사르, 시슬레, 드가, 세잔 등 젊은 화가들은 1874년 4월15일 파리 나다르사진관에서 공식 살롱에 도전해 자신들의 첫 전시회를 열었다. ‘빛’의 작용을 화폭에 옮기려고 한 그들의 그림은 당시 사람들에게 ‘이단’으로 불릴 만큼 큰 충격을 가져왔다.
독일 출신으로 미국 시카고대와 뉴욕시립대 교수를 지낸 저자(1912~1994)는 미술사의 이러한 새 국면을 “우상 파괴적 경향의 갑작스러운 돌출”이 아니라 “완만하고 지속적인 진화의 한 정점”으로 봤다. 인상주의 운동이 첫 전시회가 개최된 1874년에 시작된 게 아니라 20년의 ‘형성기’를 거쳤다는 것이다. 앵그르, 들라크루아, 코로, 쿠르베 등이 주도했던 이 시기는 이들에 대항하는 ‘이단적’ 개념을 내세운 인상주의 화가들을 탄생시킨 배경이 됐다.
저자는 “최초의 인상주의 전시회에 이르는 발전 과정에 대한 정확한 보고를 하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표”라고 밝힌다. 이 때문에 책은 젊은 화가들이 파리로 모여들던 1855년 미술계 풍경을 묘사하는 것에서 시작해 기존 미술계에 도전한 그들의 노력이 절정에 달한 1874년과 그들이 조직한 여덟 차례의 전시회에 이르기까지 인상주의 화가들의 전개상을 추적한다. 저자의 서술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결정적 이탈과 인상주의에 대한 포기로서 마지막 단체전이 열린 1886년에서 그친다.
리월드의 저술들은 삶과 예술, 전기와 미학 사이를 오가야 하는 미술사 기술에서 철저한 사료와 고증으로 훌륭한 균형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에서도 화가들이 주고 받았던 편지와 당대의 비평 등 풍부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고전미술에서 근대미술로 전환하는 역동적인 시기인 19세기 후반의 시대상과 고난에 찼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삶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또 관련 작품들을 삽화로 실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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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후편격이자 리월드의 또다른 역작으로 자리매김한 ‘후기인상주의 역사’도 함께 나왔다. 고흐가 파리에 도착한 1886년부터 고갱이 타히티에서 파리로 쓸쓸히 돌아온 1893년까지의 시기를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가장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것만큼이나 오해와 신화로 덧칠된 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김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