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은 올시즌 심정수로부터 팀 득점 1점을 얻는 데 무려 2억241만원을 쏟아부었다.
메이저리그 야구 통계분석 전문가 빌 제임스가 창안한 RC(Run Created·득점생산력)를 바탕으로 올시즌 프로야구 타자들의 팀 득점 공헌도 및 연봉 효율성을 분석한 결과 부상으로 고생했던 삼성 심정수가 가장 비효율적인 선수로 나타났다.
물론 연봉을 결정하는 요소는 복잡하다. 수비 능력도 포함되어야 하고 선수가 갖고 있는 ‘스타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프로야구팀을 ‘기업’으로 간주했을 때 팀의 목표인 ‘승리’에 선수가 얼마나 공헌했는지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야구에서 승리는 팀이 올린 ‘득점’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타자의 경우 얼마나 팀 득점에 공헌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 선수의 ‘생산성’을 드러내는 일이다.
RC는 자신이 올린 득점만이 아니라 득점을 만들어내는 생산력을 보여준다. 팀내 타자들의 RC 합은 팀 전체 득점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따라서 연봉을 RC로 나누면 구단이 1점을 생산하기 위해 해당 선수에게 투입한 금액을 추정할 수 있다.
◇고비용 저효율 선수들
어깨와 허리 수술로 고생했던 심정수는 올시즌 26경기에 출전했다. 부상에 따른 여파로 타율이 1할4푼1리에 그쳤고 트레이드마크인 홈런은 겨우 1개밖에 치지 못했다. 프로야구 최고연봉 7억5천만원 선수 심정수의 RC는 겨우 3.7밖에 안된다. 올시즌 삼성이 모두 538득점을 하는 데 심정수는 4점 정도의 역할을 한 셈이다. 따라서 삼성은 심정수로부터 1점을 얻는 데 무려 2억241만원을 투입한 결과가 됐다.
이는 심정수의 부상이 큰 작용을 했다. 삼성이 심정수에게 4년간 연봉 7억5천만원씩 계약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심정수의 2005년 RC는 팀내 최다였다. 그러나 심정수는 올시즌 수술을 했고 결국 저효율 선수로 남았다. 1점당 2162만원이 투입된 두산 김동주도 어깨 부상 때문에 저효율 선수가 된 케이스다. KIA 심재학 또한 어깨 통증으로 고생했고 1점당 3013만원을 낭비한 선수다.
KIA 이종범은 부진했다. 연봉이 5억원이나 됐지만 RC는 31.2였다. KIA는 이종범으로부터 1점을 얻기 위해 1601만원을 써야 했다. ‘FA 계약 첫해 부진’이라는 전형을 보여준 SK 정경배도 1점당 1544만원이 투입된 저효율 선수였다.
◇저비용 고효율 선수들
올시즌 최고의 ‘알짜’는 두산 이종욱이었다. 도루왕을 차지한 이종욱의 연봉은 최저연봉인 2000만원. 그러나 RC는 57.6이나 됐다. 두산 선수 중 안경현(71.0)에 이어 팀 득점 공헌도가 두번째로 높았다.
두산은 이종욱을 통해 최고의 ‘생산효과’를 얻었다. 이종욱이 1점을 생산하는 데 두산이 투입한 돈은 겨우 35만원. 삼성 심정수에 비해 578배나 높은 효율을 얻은 셈이다.
도루 2위를 차지한 SK 정근우가 고효율 2위에 올랐다. 연봉 2400만원의 정근우는 RC에서 64.0으로 이종욱을 앞섰지만 연봉으로 나눈 결과 1점당 38만원이 투입돼 2위가 됐다.
타격 2·3위를 차지한 현대 이택근(61만원)과 KIA 이용규(67만원)도 대표적인 고효율 선수였다.
◇득점생산력 왕은 이대호
타격 트리플크라운(홈런·타격·타점)의 롯데 이대호가 RC에서도 103.1로 최고에 올랐다. 롯데의 올시즌 총득점이 488점이니까 팀 득점의 21%를 혼자서 책임진 셈이다. 2위는 올시즌 부활한 삼성 양준혁(89.2)이었다.
그렇다면 RC를 기준으로 한 이대호의 연봉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
부상으로 부진했던 심정수를 제외한 올시즌 억대 연봉 타자들의 RC 1점당 투입 연봉의 평균은 695만7000원이었다. 이를 이대호의 RC인 103.1에 곱할 경우 이대호의 적정 연봉은 7억1746만원이다. 만약 심정수를 포함시킨다면 평균은 1111만5000원이 되고 이를 이대호에게 적용하면 무려 11억4634만원이 된다.
물론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만큼 올시즌 이대호의 활약이 뛰어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용균기자 noda@kyunghyang.com〉
-RC(Run Created)-
메이저리그 야구 통계 분석가인 빌 제임스가 고안한 야구 통계의 한 방식이다.
야구에서 승리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득점이다. 야구통계 분석을 뜻하는 ‘세이버 매트릭스’의 창시자 빌 제임스는 득점을 따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출루율과 루타수라는 점에 주목해서 RC를 창안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OPS(출루율+장타율)의 경우 득점 생산을 위한 개인적인 능력을 드러내지만 누적개념이 포함된 RC에서는 팀 공격에 기여하는 정도를 알 수 있다. 팀 타자들의 개인별 RC를 합하면 팀의 전체 득점 수와 비슷해진다. 따라서 타자들이 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쉽게 알 수 있다.
RC의 기본 모델은 출루율×루타수. 이를 바탕으로 한 RC 계산의 여러 모델이 있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안타+4사구-도루실패)×(루타수+(0.55×도루))를 (타수+4사구)로 나눈 모델을 사용했다.
야구의 ‘전통’을 중시하는 쪽에서 보기에 빌 제임스는 ‘숫자 마니아’로 폄훼되기도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숫자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측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