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들의 가방은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었다. 정장에 어울리는 사각형 서류가방, 색상은 검정색. 오랫동안 이 전형적인 디자인의 가방이 남자들의 가방을 대표했다. 그러나 최근 남성 가방은 여성 가방 못지 않게 다양하다. 남성 가방도 시즌에 따라 유행을 탈 정도로 트렌디해졌다. 옷보다 민감하지는 않지만 해마다, 계절마다 조금씩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여성 가방의 유행에 보조를 맞추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캐주얼 가방은 여성 가방 못지 않게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많다. 여자들처럼 액세서리로 치장할 수 없으니 가방은 남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소품인 셈이다.
▲빅 백의 원조는 남성 가방
올 봄 여성가방의 유행을 선도하는 빅 백 열풍은 남성 가방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밀라노나 파리 컬렉션의 모델들은 딱딱한 정장 차림에 빅 백을 들어 스타일리시함을 과시했다. 한국식 발상으로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빅 백은 의외로 정장과 훌륭하게 어울렸다. 사실 빅 백은 트렌디한 젊은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빈티지 스타일의 물 빠진 청바지에 트레이닝 점퍼를 입고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둘러멘 스타일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트렌디한 강남 스타일을 대표하는 옷차림으로 여겨졌다. 가방 안에 있는 건 지갑과 휴대폰뿐이지만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는 빅 백이 필수였다. 이 때 가방의 사이즈는 크면 클수록 좋았다. 그러니 커다란 남자 가방이 유행하는 게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단지 정장에 매치하는 새로운 스타일링이 시도된 것일 뿐. 외모에 관심 있는 20·30대 직장인들은 똑 떨어진 정장보다 세미 정장 스타일을 선호하니 더 이상 빅 백이 부담스럽지 않다.
▲손가방이지만 탐난다
정장에 어울리는 남성 가방으로 그동안 ‘크로스백(Cross Bag, 가슴을 가로지르게 비스듬히 메는 가방)’이 대세를 이뤘으나 올 봄에는 ‘보스턴 백(Boston Bag, 바닥은 직사각형이고 위는 둥글고 가운데가 불룩한 여행용 손가방)’이 우위를 점했다. 손에 드는 것을 싫어해 바지와 재킷에 소지품을 모두 넣고 다니거나 크로스백을 둘러메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다니는 남자라도 올 봄 새로 출시된 보스턴백을 한 번 눈여겨보자. 내추럴한 디자인이라 부담 없고 가방과 손잡이 색깔을 다르게 만들어 멋스럽게 디자인한 제품이 많으니 욕심낼 만하다.
▲기본 컬러에 소재는 다양해졌다
유행하는 컬러는 검정색과 하얀색 등의 무채색 계열. ‘미니멀리즘’이라는 남성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대신 다양한 장식을 더해 심심함을 덜었다. 이음새나 여밈 부분에 다른 천을 덧대거나 주머니 등의 장식에 다른 색깔이나 소재를 사용해 포인트를 준 가방이 많다. 그동안 남성 가방은 가죽 소재 일색이었으나 올봄에는 소재가 다양해졌다. 일명 ‘프라다 소재’로 불리는 ‘본딩’ 소재의 서류 가방도 눈에 띈다. 캔버스 소재는 캐주얼 가방에 다양하게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