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세상 가볍게 읽기…데이비드 애치슨|한승
‘1089’의 마술을 아시는지. 세자릿수 하나를 생각해보자. 백의 자릿수와 일의 자릿수 차이가 2 이상인 세자릿수는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머릿속에 숫자를 담았다면 뒤집은 후에 큰 수에서 작은 수를 뺀다. 예컨대 782를 염두에 뒀다면 782-287이다. 이렇게 새로 나온 숫자 495를 다시 뒤집으면 594가 된다. 두 숫자를 더해보자. 최종적으로 1089라는 숫자를 얻게 된다.
이 숫자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처음 제시한 전제에 맞는 세자릿수는 무엇이든지 같은 과정을 밟으면 ‘1089’라는 해답을 얻는다. 흔히 마술사들이 카드의 한쪽 면에 ‘1089’를 쓰고 덮어놓은 뒤 숫자놀음을 하고나서 카드를 뒤집어 신비함을 유도, 박수를 받는 수법이다.
‘수학세상 가볍게 읽기’는 이처럼 숫자가 지닌 무궁무진하고 오묘한 습성을 실생활에서 찾아내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책이다. 높낮이가 다른 기타 소리는 공기속에 퍼져나가는 진동의 차이에서 생긴다. 기타줄 하나를 퉁기면 복잡한 형태로 진동이 생기지만, 기타줄은 학창 시절 배웠던 사인 곡선과 같은 모양으로 운동한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셈을 할 때 사용하는 양수와 음수를 넘어 ‘제곱하면 -1’이 되는 허수의 발견으로 우주와 같은 고차원 세계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제목에서는 ‘가볍게 읽자’고 제안했지만 결코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흥미는 유발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수학적 지식에 대한 기초가 갖춰져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가볍게 읽힐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에서 제시되는 각종 수학적 기호와 수치는 학창시절 ‘수학에 질려 쳐다보기도 싫은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목에 가시가 걸리는 듯한 번역투도 흠으로 작용한다.
그래도 원리와 개념의 정립 없이 해답을 달달 외워 겨우 수학성적을 맞추는 입시생들에게는 유효할 듯 싶다. 다소 어렵기는 해도 반복해 읽다보면 사례를 통한 원리의 실체파악에 접근이 한층 용이하기 때문이다. 황선욱 옮김. 1만원
〈오승주기자 fai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