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기원에 대한 진화 이론을 반증(反證)하는 새로운 화석이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 화석이 기존 학설보다 20만년 정도 ‘젊은’ 호모 하빌리스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9일 보도했다. 이는 호모 에렉투스(직립보행 인간)가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과학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고생물학자 미브 리키 박사는 케냐 투르카나호 부근에서 호모 하빌리스의 턱뼈 화석을 발견, 연대를 분석했다. ‘손을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하빌리스는 240만~170만년 전 출현했다 사라졌다는 게 기존 이론의 내용이다.
문제는 새로 찾은 화석이 144만년 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당초 알려진 멸종 시점보다 약 20만년 늦은 데다, 180만년 전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직립 원인)와 생존 연대가 50만년 정도 겹치기 때문이다.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가 선조·후손 관계라는 진화 이론을 뒤집는 발견인 셈이다.
리키 박사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고 “두 종(種)은 각자의 생물학적 영역에서 오랜 기간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었다”며 “이로써 호모 에렉투스가 호모 하빌리스로부터 진화했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가 자매종이라면 둘 중 하나만 인류의 직계 조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이론에선 호모 에렉투스가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고 하지만, 실은 호모 하빌리스에서 바로 호모 사피엔스로 넘어갔을 수도 있다는 추론이다.
발굴팀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제3의 종에서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가 갈라져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유타 대학 프랭크 브라운 박사는 “이번 발견에서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결론은 동아프리카에 인류의 또 다른 선조가 장기간 살았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