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원에의 보고’

채운 ‘수유+너머’ 연구원

되풀이하겠습니다만 인간들을 모방하고 싶다는 유혹은 없었습니다, 저는 출구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모방했습니다, 다른 그 어떤 이유에서도 아니었지요…. 제가 함부르크에서 최초의 조련사에게 넘겨졌을 때 저는 곧 제게 열려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을 알아차렸어요. 동물원 아니면 쇼 무대였죠. 저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쇼 무대로 가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자, 그것이 출구다, 동물원은 새로운 우리일 뿐 그 안에 들어가면 너는 없어지고 마는 거다라고요.

그리하여 저는 배웠습니다, 여러분, 아, 배워야 한다면 배우는 법, 출구를 원한다면 배웁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배우는 법입니다. 회초리로 스스로를 감독하고, 지극히 조그만 조항만 있어도 제 살을 짓찧었습니다. 원숭이 본성은 둘둘 뭉쳐서 데굴데굴 쏜살같이 제게서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카프카, ‘학술원에의 보고’ 중에서)

[고전에서 길 찾기]‘학술원에의 보고’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출구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도무지 뭘 어찌 해볼 수 없는 그런 상황에 처하면, ‘에라 모르겠다, 이게 내 팔자로구나’ 하면서 체념하는 이들도 있을 테고, 바깥을 향해 ‘자유를 달라’며 부르짖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두 경우가 전혀 상반된 태도인 듯 보인다. 하지만 자신으로부터 상황을 돌파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또 상황이 알아서 바뀌지 않는 한 달라질 게 없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카프카의 원숭이는 다른 길을 모색한다. 자신의 본성을 버리고 다른 것 되기가 그것. 출구를 찾기 위해 원숭이는 스스로를 채찍질해가며 기꺼이 인간을 배운다. 더 안락하고 커다란 우리가 아니라 ‘출구’를 만들기 위해! 배움은 한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출구이다. 때문에 ‘우리 밖에서’ 진정으로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이에게는 배움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움이야말로 다르게 되고 다르게 살기 위한 최고의 묘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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