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수렴 없이 일방적 정책 강행 잇단 혼선…“직접 장관을 하지” 빈축
이명박 정부의 교육행정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잇따른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혼선에서부터 최근 ‘모교 지원’까지 양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교과부 내에서는 김도연 장관의 ‘아마추어 행정’에는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사진)의 ‘수렴청정’이 적지 않이 영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결정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이 수석 아래서 교과부가 내부 의견수렴조차 안 되는 단순행정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학교자율화’ ‘영어공교육’ ‘고교다양화 300’ 등 이 수석의 정책이 상명하달식으로 추진되는 데 따른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수석의 측근은 “훗날 책임을 지더라도 앞으로 1년간 다른 의견은 듣지 않고 원안대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 수석의 교육정책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적극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공무원 감축’ 카드가 재갈을 물린 듯한 분위기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정무기능을 해야 할 청와대가 집행을 하고 교과부는 실무를 하는 상황”이라며 “1995년 5·31 교육개혁 ‘본부’격이던 교육개혁위에 참여했던 이 수석이 그때처럼 정책기능을 교육부로부터 분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이 수석이 직접 장관을 하지 왜 청와대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노골적인 불만도 들린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회장은 “정책 추진단계에서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다보니 소모적 논란과 함께 국민들의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면서 “국·실장들이 ‘모교 특별교부금’ 계획을 자체적으로 거르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위험한 징조”라고 우려했다.
청와대의 교육계 인사개입 의혹도 강하게 제기된다. 김영식 사무총장이 중도사퇴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에는 친정부 인사가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 출신의 교수가 임명됐다.
이런 가운데 통계청은 1·4분기 사교육비가 15.7%나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사교육비 반감’을 공약한 이명박 정부에서 사교육비가 더 늘어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랜 기간 준비해온 대통령 국정과제를 장관이 존중해 집행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청와대가 주도하는 것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 수석의 해명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밤 늦게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