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문제가 더 시급하다 · 한파 희생자를 줄일 수도 있다
▲쿨 잇…비외른 롬보르 | 살림
대표적 환경주의자 앨 고어는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했다. 그 영화는 미국 마이애미 전역을 포함한 플로리다 주의 많은 지역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플로리다가 물속으로 빠져드는 깊이는 6m나 된다.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저자는 이 장면을 온난화 경고가 지나치게 과장된 한 사례로 든다. 앨 고어는 ‘그린란드가 완전히 녹아 바다로 들어갈 경우’를 조건으로 달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실제로 벌어지기 힘들다.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기후 단체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온난화 영향으로 100년 후 해수면이 약 30㎝ 정도만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책은 곳곳에서 앨 고어의 온난화 발언은 부풀려진 것이라며 각종 통계치를 동원해 반박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온난화는 알려진 것만큼 두려운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온난화는 무수한 전지구적 문제 가운데 ‘그저 하나의 문제’일 뿐이다. 에이즈, 기아, 빈곤, 물 부족 같은 당면 문제가 온난화 못지 않게 중요한데 이는 곧잘 무시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유엔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에이즈이고 그 다음이 영양 실조, 질병 등이었다. 온난화는 15위에 위치할 정도로 다급한 사안이 아니었다.
온난화 위험이 부풀려지기까지 미디어와 정치인들은 큰몫을 했다. 많은 세계 지도자들은 온난화 해결을 거론한다. 그들에게 온난화는 분배적 정치의 지루한 논쟁에서 벗어나 숭고한 인도주의자로 보이게 만드는 주제였다. 온난화를 끄집어내면서 그들은 인류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미디어는 ‘우려와 공포, 재난’이라는 이미지를 온난화에 덧씌웠다. 온난화에 대한 경고로 킬리만자로의 만년설과 조각 난 빙하에 외롭게 서성이는 북극곰이 자주 등장한다. 저자는 이 또한 과장된 표현이며 온난화에 대한 오해를 확대 재생산한다고 말한다. 킬리만자로의 눈이 녹아내리는 것은 온난화가 원인이라기보다 지속적인 건조화가 원인이며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자연현상이다. 킬리만자로의 눈은 그저 과거 기후의 잔재일 뿐 20세기 기후 변화를 반영하는 지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멸종할지 모른다는 주장은 아직까지 근거가 없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 북극곰 개체가 줄어들지만 온난화가 주요 원인이라기보다 사냥이 더 큰 원인이다. 그리고 극점에 가까운 곳에 사는 북극곰은 증가세에 있다고 한다.
온난화에 대한 지구 차원 답안 가운데 하나가 교토의정서이다. 저자는 교토의정서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그 비판은 가령 다음과 같은 식이다.
교토의정서를 실행한다면 매년 약 1800억달러를 들여 2080년 기준으로 영양 불량 인구가 200만명 줄어들 것이다. 반면 유엔 추정에 따르면 기아 구호금으로 매년 100억달러 정도를 쓴다면 2015년 무렵에는 기아 인구 2억2900만명을 줄일 수 있다. 투입되는 돈과 구할 수 있는 기아인구를 대비해봤을 때 교토의정서 방식, 즉 이산화탄소 감축을 통한 기아 해결은 한 마디로 비효율 그 자체다. 또 저자에 따르면 기후에 대한 투자를 통해 한 사람을 기아로부터 구할 수 있는 돈이면, 직접적인 기아정책을 구사해 같은 액수를 투입할 경우에는 5000명도 넘게 구할 수 있다.
저자는 온난화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는다. 지구가 더워지면 기아도 늘 것이라는 예측은 곡물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2003년 유럽을 휩쓴 열파로 수만명이 죽었듯이 죽음의 재앙이 덮칠 것이라는 전망도 과장됐다. 실제 매년 유럽은 추위로 죽는 사람이 더위로 죽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저자는 온난화가 한파 희생자를 줄일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고 말한다. 김기응 옮김.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