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의 관심이 폭발적인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어떤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지 언론에선 처음으로 기자가 직접 시승해봤다.
2.0리터급 4륜구동 스포츠세단 랜서 에볼루션(Lancer Evolution)은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랠리카'를 양산화한 차로 일반 차량과 차별화 된 성능으로 인해 '공도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1995년 WRC(월드랠리챔피언십)부터 6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미쓰비시의 경영란으로 WRC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 연맹(JAF)에서 주최하는 '전일본 짐카나 선수권'이나 '전일본 더트 트라이얼' 등에서는 80~90퍼센트가 랜서 에볼루션으로 참가할 정도로 경주 성능이 뛰어난 차다.
◆ 외관과 인테리어
랜서 에볼루션의 외관은 일본 SF 만화에 등장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작은 차체와 젊어 보이는 디자인으로 인해 값비싼 차로 느껴지지 않았다.
스마트키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에 손을 대는 순간 잠긴 문이 저절로 열렸다. 시동키 없이 레버만 돌리면 시동이 걸리는 시스템이다. 시동과 함께 들리는 우렁찬 배기음이 이 차가 얼마나 대단한 차인지를 웅변하는 듯 했다.
레카로(Recaro) 풀 버킷시트는 몸을 바짝 죄어 좌우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높이 조절이 안돼 키가 작은 여성운전자는 쉽게 운전할 수 없었다. 역시 남성만을 위한 차라는 느낌이다.
차가 파란 원색이어서인지 주로 젊은 남녀의 시선을 끌었다. 손가락질까지 하며 쳐다보는 사람도 많았다. 차를 세워두면 "란에보가 벌써 시판됐느냐"며 말을 걸어오는 젊은이들도 몇 있었다.
양산차에서는 보기 드문 '락포드 포스게이트(Rockford Fosgate)' 오디오가 내장돼 있다. 양산차에 장착된 것은 처음보는데, 의외로 사운드가 섬세하고 서브우퍼 또한 강력했다.
◆ 강력한, 너무나 강력한 주행 성능
기어노브를 D로 놓았는데, 뭔가 어색했다. 이 차의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라 앞으로 전진하는 '크립핑'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듀얼 클러치는 수동기어와 자동기어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어 변속이 빠르고 출력의 손실이 적고 연비가 뛰어난 차세대 변속장치다. 엑셀을 밟는 것에 대해 반응이 즉각적이어서 스포츠 드라이빙에도 적합하다. 반면 크립핑 현상이 적어 부드러운 운전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엔진은 6500RPM에서 295마력을 내는데, 트윈 터보장치 덕분인지 가속감을 좌우하는 '토크'가 매우 높았다. 4000RPM에서 41.5kg·m를 내 등이 떠밀리는 듯한 가속이 이뤄지는데, 다른 차에서는 보기 힘든 반응이었다.
일례로 3.7리터 엔진을 장착한 인피니티 G37 쿠페는 최고출력은 333마력으로 더 높지만, 최대토크는 5200rpm에서 37.0kg.m로 훨씬 낮은 수준이다. G37쿠페도 강력한 힘을 가져 컨트롤하기 힘들다는 평을 듣는데, 이 차는 그보다 훨씬 강하고 가볍다.
어느 정도 엑셀을 밟으니 갑자기 차가 튀어나가는 느낌이었다. 도저히 얌전하게 운전할 수가 없었다. 순간 가속력이 뛰어나고 짜릿해 조금만 운전해도 식은땀이 난다.
시속 120km로 도로에 진입했지만, 코너가 나타나도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었다.
4륜의 구동력과 디퍼런셜록을 전자제어하는 AYC(엑티브 요 컨트롤)와 ADC(액티브 디퍼런셜 컨트롤) 기술이 한차원 더 발전해 브레이크와 토크를 함께 제어하는 S-AWC기능을 갖췄다. 그로 인해 차체는 급코너에서도 노면에 딱 붙어 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강하게 밀어붙이면 어느 정도 미끄러지면서도 금새 다시 원상으로 돌아와 안정을 되찾았다.
극단적으로 높은 RPM을 이용해 30분 가량 산길을 오르내리자 계기반에 'Slow Down'이라는 문구가 표시되며 속도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엔진의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 ECU가 출력을 제어한 것이다. 어느 정도 속도를 내고 달리면 빠른 공기흐름으로 인해 엔진이 식지만, 느린 속도에서 높은 출력으로 계속 몰아대면 이같은 문제가 생긴다. BMW 335i 등 터보를 장착한 차량은 모두 이같은 약점을 안고 있다.
브레이크는 브램보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어떤 상황에서건 정확하게 정지해준다. 서스펜션은 아이바흐 스프링에 빌슈타인 쇽업소버, BBS 18인치 휠이 장착됐다. 하체에 튜닝할 수 있는 것이 다 되어있기 때문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이 차라면 이대로 랠리도 가능하다
이 차의 주행감각은 다른 차를 주행하던 느낌과 판이하게 달랐다. 코너에서 미끄러지는 한계가 늦게 찾아오기 때문에 좁고 굽은 산길에서도 시속 100~150km로 달릴 수 있었다.
유명 랠리카 드라이버들의 영상에서 좁은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모습을 보고 놀랐지만, 사실은 이렇게 뛰어난 차가 뒷받침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비는 10km/l를 넘는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 세게 밟으면 리터당 3~4km 정도가 나왔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도 150km밖에 달릴 수 없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안되는 세팅이지만, 매니아들은 이런 차에 열광한다. 어떤 차도 따라올 수 없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비싼게 흠?
6200만원이라는 차량 판매 가격이 발표되자 국내서 이 차를 기다리던 애호가들이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싼 차를 들여와 공연히 바가지 씌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랜서 에볼루션은 외국서도 비싼차다. 미국서는 BMW 328i보다 비싸게 팔린다. 국내서 BMW 328i 가격이 6390~666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랜서 에볼루션의 가격도 어느 정도 납득은 된다.
이 차는 정식 출시 되기 전부터 국내서 중고차 거래가 있었는데, 생산된 지 2년 이내의 차는 5천만원 넘는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매물이 없어 못사는 마니아들도 많았다. 이 차는 전적으로 마니아들을 위한 차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것이다.
▶ [화보] 기아차 쏘울 하이브리드, 시드 에코시스템 등
〈경향닷컴 김한용기자 whynot@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