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각계의 온정이 넘쳐난다. 그러나 올해는 미국발 세계적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혹독한 경제 한파로 도움의 손길이 뚝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다. 자선단체나 구호기관에 대한 기부금 액수가 대폭 줄어 소외된 이웃에 대한 지원은 물론 자체 운영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꼭 많은 금액을 전달하거나 별도의 금액을 조성해야만 불우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짜낸다면 각자의 분야에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치과는 진료를 받은 환자들에게서 모아진 귀금속 폐보철물을 처리해 조성한 성금을 아동복지시설에 전달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목동 서울탑치과(대표원장 이호림)가 그 주인공. 이 치과에서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내원한 환자들 중에서 금 등 귀금속 폐보철물 기부에 동의한 환자 500여명의 폐보철물을 처리업체에 의뢰, 마련한 500만원과 기부물품을 아동복지시설 ‘서울SOS어린이마을’에 전달했다.
이호림 원장은 “병원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 기부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의가 있겠지만, 환자와 병원이 서로의 작은 정성을 모아 불우한 환경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더 뜻깊은 일로 여겨져 실천하게 됐다”고 기부 동기를 밝혔다.
이번 기부금 마련에는 환자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간혹 금 등 폐보철물 제공에 난색을 표하는 환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원 직원들에게서 폐보철물의 쓰임새에 대한 설명을 듣고 흔쾌히 동의해 직원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게 됐다는 것.
이 원장은 “환자와 직원들의 호응이 예상보다 훨씬 커 놀라웠고, 특히 환자들은 자신의 폐보철물을 통해 소외된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며 “앞으로 이런 새로운 방식의 기부문화를 더욱 확산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SOS어린이마을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 어린이들에게 잃어버린 가정 대신 대체가정(SOS가정)을 제공하여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제반 여건을 제공한다.
이호림 원장은 “오랜 기간의 독일 유학 시절에 자립형 양육시설을 어렵지 않게 접해온 터라 대체가정을 통한 자립형 어린이마을인 SOS어린이마을에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