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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

입력 2009.01.05 18:16

  • 조은 시인
[조은의 길]청령포

누군가가 마지막 살다간 장소에 가서 그가 겪었던 고통에 크게 동요된 적은 내 생애 단 두 번이었다. 그 중 한 곳이 단종이 세조로부터 사약을 받기 전 세 달 동안 살았던 청령포인데, 그의 불행한 삶을 추도하며 뒤늦은 곡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어느 시대에나 욕망이 강한 사람들은 권력을 인간이 가져야 할 가장 값진 것으로 여겼고, 단종이야말로 그들이 주축이 된 속물 정치의 희생양이었다. 그런 역사적 아픔이 되새김질되지만 않는다면 청령포는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인다. 그 솔숲에서 단종이 자주 앉아 있었다는 관음송을 보았다. 희한하게 생긴 그 소나무는 단종과 교감한 기억을 자신의 언어로 생생하게 형상화해 놓았다. 곧게 잘 올라가던 나무의 큰 두 줄기는 어느 같은 지점에 이르러 고통의 극대치에 이른 듯 몸부림치며 비틀리고 꼬였다. 어떻게 나무가 저렇게 자랐을까, 싶었다. 한 인간의 고통과 절망과 외로움을 온몸으로 형상화시켜놓은 나무라니….

하늘은 귀가 멀어 이 땅의 슬픈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수심 깊은 그는 홀로 깨어 들었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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