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순 “내 작전은 감정 아껴뒀다 작품서 폭발”읽음

글 백승찬·사진 우철훈기자

2001년 어느날, 극단 목화 소속 배우 박희순(39)은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인 오태석을 찾아갔다. “목화에 12년 있었습니다. 바깥 세상 구경 좀 하겠습니다.”

3년간의 ‘외출’을 작정했지만, 영화판에선 신인이었던 박희순이 그 안에 자리를 잡기는 힘들었다. 시한을 넘기며 <귀여워> <남극일기> <러브토크> 등에 출연해 경력을 쌓았다. 2007~2008년, <세븐데이즈> <바보> <나의 친구 그의 아내>로 영화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에는 청룡영화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등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대중과 영화 관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희순 “내 작전은 감정 아껴뒀다 작품서 폭발”

신작 <작전>에서 박희순은 전직 조폭이자 현직 투자사 대표인 황종구 역을 맡았다. 말이 투자사 대표지 사실상 ‘주식 작전 세력’의 중심에서 개미 투자자의 등을 치는 악당이다.

“착하게 열심히 살아서 성공하기 얼마나 어려운 나라인지를 얘기한다고 할까요. 상위 1%에 들기 위한 욕망, 있는 척, 아는 척, 잘난 척 하는 조폭의 페이소스를 그리려 했어요.”

영화에선 주가 조작을 일삼지만, 실제론 주식에는 손도 대본 적이 없다. 박희순뿐 아니라 모든 출연배우가 마찬가지라고 한다. 박희순은 “여윳돈이 있어야 투자를 할 것 아니냐”며 “주식을 모르는데도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그게 출연 이유”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박용하, 김민정, 박희순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어느 조연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유기적으로 어울려 연기한다. 박희순은 “사람이 많은 작품은 서로 튀려고 노력해 배가 산으로 가게 마련인데, <작전>은 팀워크가 매우 좋았다”고 밝혔다.

박희순은 스스로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취미도 없고 사람을 사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오직 새 작품을 할 때뿐이다.

“평소엔 제 안에 쌓인 감정을 사용 안 해요. 그게 연기하면서 표현되는 거 같아요. ‘이렇게 살고 싶었는데…’ 하는 감정이 역할을 통해 나오는 거죠.”

평소엔 ‘무색무취한 인간’이지만, 배역은 극과 극을 오간다. 출연작 선정의 기준은 “현재 하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역할”이다. 멜로 영화의 순정남(<우리 집에 왜 왔니>·미개봉)이었다가 조폭 출신 투자자(<작전>)로 변신하고, 다음달에는 서바이벌 게임을 주관하는 베일 속의 인물(<10억>)이 돼 촬영을 시작한다.

“모험이고 도전하는 재미죠. 탐험가들이 산을 정복하면 또 다른 산을 찾잖아요. 제가 똑같은 걸 하면 못견뎌해요. 연극할 때도 재공연이 제일 힘들었어요. 1~2개월 진과 혼을 빼서 연기했는데 그걸 어떻게 또 해요.”

송강호, 설경구, 김윤석, 정재영 등 현재 영화판을 주름잡는 배우들은 모두 연극배우 출신이다. 박희순은 “(연극할 때) 저축을 많이 해뒀다”고 말했다.

박희순 “내 작전은 감정 아껴뒀다 작품서 폭발”

“이런저런 캐릭터를 해보면 배우에게 캐릭터의 표본이 쌓이잖아요. 관객의 호응에 대한 데이터도 있고요. 대중에겐 알려지지 않은 것을 하나씩 사용하는 거죠.”

지난해 상복이 많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불편하다고 한다. 그는 “보고, 듣고, 관찰하는 것이 좋다. 무대 위의 박희순에만 집중해주셨으면 한다. 누가 날 보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연기를 재테크에 비유한다면 박희순은 ‘주식’보단 ‘장기 적금’을 믿는 배우다.

‘주식 대박’ 꿈꾸는 악당들

◇영화 <작전>은=백수 강현수(박용하)는 주식 투자로 인생 역전을 노리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5년간의 절치부심 후 작전주를 노려 수천만원을 손에 쥐지만, 건드린 주식이 하필이면 전직 조폭 출신 투자자 황종구(박희순)가 작업 중인 기업의 주식이었다.

종구 일당에게 끌려가 곤욕을 치른 현수는 되려 종구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스카우트된다. 현수는 상류층의 비밀 자산관리자 유서연(김민정), 엘리트 증권 브로커 조민형(김무열) 등과 함께 600억원대 ‘작전’을 시작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기획돼 이후에 개봉하는 <작전>에는 “뭘 만들어서 버는 세상이 아냐. 돈은 주식이 벌어다 줘” “돈이 깡패” 같은 ‘예언적’인 대사가 나온다. 뮤지컬계의 스타 김무열이 인상적인 영화 데뷔전을 치렀다.

탄탄한 취재에 바탕한 듯한 주식시장의 복마전 묘사가 인상적이지만, 중반 이후에도 새 인물이 계속 등장해 흐름을 따라가기가 벅찬 감도 있다.

신인 이호재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았고, 지난해 <추격자>를 내놓은 영화사 비단길이 제작했다. ‘주제 이해도’ 측면과 ‘폭력’ ‘비속어 사용’ 등의 이유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제작사가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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