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덜 보이는 것들이 더 근사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세세히 설명해주지 않는 글들, 말수가 적은 듯한 사람, 안개가 낀 풍경, 구름이 내려앉은 산속, 우산에 가려진 사람들, 나무가 우거진 숲, 다 표현하지 않은 마음, 행간이 느껴지는 편지…….
남해를 여행하는 동안, 덜 보이는 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봐도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결국엔 또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이 좁혀졌다. 나는 백여명과 한 배를 타고 가며 풍랑에 흔들리고 있었다.
젊은 날, 나는 남해의 듬성듬성 놓여 있는 섬들을 볼 때마다 그 섬들이 심연으로 가는 징검다리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 때의 심연이란 인간의 가장 순수한 본성과 닿을 수 있는 곳이라고나 할까. 섬들이 그처럼 강렬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자주 남해를 찾아가곤 했지만, 돌이켜보면 젊디젊었던 나는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게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옛날 나의 발자취를 찾아 떠났던 여행지엔 비가 내렸다. 구름도 사람들의 겨드랑이까지 내려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