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쿵쿵쿵" 소리를 내며 뛴다. 얼굴은 붉게 상기된 채 운전자도 모르게 차 사이를 달리고 있었다.
모름지기 스포츠카라면 얼마나 빨리 시속 100km에 도달하는지를 먼저 보게 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빨리 가속되는 차를 더 멋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2월 포르쉐가 내놓은 카이맨S는 3.4리터급 '직렬 수평대향 6기통 직분사 엔진'을 갖춰 320마력을 내고, 7단 듀얼클러치 자동 변속기(PDK)를 갖췄다. 여기 '론칭 컨트롤'을 옵션으로 추가하면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불과 4.9초만에 도달한다. 2인승의 작은 차지만, 상위 모델인 911 카레라를 이기는 가속력이다.
◆ 세련된 디자인
새 카이맨은 기존 모델과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헤드램프, 테일램프와 에어로파트 정도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디자인 개선보다는 성능개선에 치중한 마이너체인지다.
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은 디자인 뿐 아니라 다른업체가 흉내낼수 없는 비례를 갖췄다. 2인승인데다 차체 낮은 곳으로 깔리는 미드쉽 엔진 덕분에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뒷모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엔진이 앞에 있는 경우나 혹은 엔진 높이가 조금만 높았더라도 이런 디자인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편의'를 희생하면서야 얻을 수 있는 디자인이고 그렇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유일하고 독특하다.
◆ 더 강력하다…그러나 더 착하다
팔각정에서 나와 구불거리는 산길을 타본다.
핸들엔 오디오 리모컨 같은 버튼은 없고 오로지 변속버튼만 있었다. 변속버튼은 검지를 이용해 버튼을 몸쪽으로 당기면 한단 내려가고 엄지로 밀면 한단 올라가는 방식이다. BMW와 반대 방향이라서 좀체 익숙해지지 않았다.
변속기는 신형 '듀얼클러치 방식 7단변속기'(PDK)로 바뀌었다. 기존 자동변속기와 달리 동력 손실이 거의 없고 반응이 즉각적이라는 것이 포르쉐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PDK 변속기 모델은 수동 변속기 모델에 비해 100km/h까지 가속이 0.1초 가량 더 빠르다.
브레이크와 엑셀을 함께 밟으니 "삑"하는 전자음이 나며 계기반 내부에 론칭컨트롤이 동작한다는 문구가 나왔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시트의 헤드레스트가 내뒤통수를 퉁 치면서 가속이 된다. 론칭컨트롤이 동작하는 상태에선 변속 충격도 꽤 과격하다.
새로운 엔진과 PDK는 여러모로 잘 어울렸다. 가속과 감속을 계속해야 하는 산길에서 최적의 변속 기어를 넣고 달리는 느낌이 좋았다. 엔진 힘도 최적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기존 포르쉐 팁트로닉은 5단 자동변속기여서 변속 충격도 대단하고 변속 때마다 등을 떠밀리는 느낌이었지만, 이번 변속기는 사뿐 사뿐 새색시 발걸음같은 변속을 한다. 너무 부드러워 이 또한 좀체 익숙해지지 않았다.
엔진 소리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있다. 기존 카이맨S나 박스터S는 좀 더 시끄러운데다 RPM에 따라 저음부터 고음까지 순차적으로 들려, 마치 음악을 듣는듯 했다. 그런데 이번 카이맨S는 지나치리만치 안정적인 사운드가 났다. 상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여전하지만, 과거에 대한 향수는 어쩔 수 없었다.
고속도로를 달릴때는 순항모드인 7단까지 변속이 돼 연비를 절감하는데 도움이 될 듯 했다. Sports plus 버튼을 누른상태에선 7단으로 변속되지 않았다. 최고속은 Sports plus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시속 275km에 달한다.
엔진회전수(RPM)의 제한은 기존 7300RPM이던것이 7500RPM까지 올랐다. 더 박력있는 드라이빙이 가능해진 것이다. RPM이 오르고 변속기어가 세분화 됐으니 과감한 엔진브레이크도 가능했다.
◆ 게다가 탈만하다
미드쉽엔진의 2인승 스포츠카라는 것은 마니아가 아니면 타기 힘들것으로 보인다. 인기 드라마 '꽃보다남자'에서 구준표가 타고 다니는 2인승 스포츠카 '로터스 엘리스'를 자세히 보면 적재공간이 거의 없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이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포르쉐 카이맨S의 경우 2인승 스포츠카이면서도 나름대로의 실용성을 확보하는 타입이다.
차량 앞쪽에 위치한 트렁크에는 커다란 카메라가방과 노트북가방을 넣었는데도 공간이 상당히 넉넉하게 남는다. 기내용 하드케이스 여행가방 1개와 보스턴백 1개 정도가 들어가는 공간이다. 뒷편 해치를 열면 두께가 좁은 카이맨 전용 골프백 2개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엔진은 뒷쪽 트렁크 아래에 납작 업드려있어 운전자가 엔진을 눈으로 볼 수가 없다. 엔진오일과 냉각수 주입구만 빼꼼히 나와있을 뿐이다. 높이가 낮은 수평대향형 6기통 엔진은 포르쉐와 일본 스바루에서만 사용하는데, 납작하게 생겼기 때문에 낮은 곳에서 저중심을 만들어낸다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버튼을 누르면 서스펜션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서스펜션이 딱딱하긴 해도 댐퍼를 부드러운 모드로 놓으니 그런대로 탈만하다. 산길을 한참 오르내렸지만 차를 미끄러뜨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워낙 대단한 그립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최고의 성능을 갖춘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형 카이맨S는 9860만원부터 각종 옵션을 선택해 주문해야 하며, 옵션이 추가된 시승차의 경우 차량 가격이 1억2774만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