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동백은 늦게 꽃이 피어 춘백이라고들 한다.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선운사에 동백꽃을 보러 갔다. 숲을 이룬 오륙백년 된 나무들은 10%쯤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가끔은 식물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한 법이다. 나는 요즘에서야 이른 봄꽃을 보기 위해 남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얼마쯤 알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수선화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까지 가는 사람들도 이해하게 되었다. 이런 증세가 나이 들어간다는 증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 역시…. 꽃구경을 온 사람들은 거의 내 연배 이상의 사람들로 보였다. 가끔 어린아이들도 있었지만, 자신의 의지로 온 것은 아닐 터였다. 젊은 연인들도 꽃을 보는 것만이 목적은 아닐 터였다.
선운사 입구에서는 뼈가 내비칠 정도로 앙상한 개구리 한 마리를 보았다. 녀석은 제때 겨울잠에서 깨어났다가 며칠 전 불어닥친 갑작스러운 한파에 얼어 죽은 것처럼 보였다. 선운사의 동백꽃도 서리를 맞은 흔적이 꽃송이마다 남아 있었다. 내 삶에도 희끗희끗하거나 거무튀튀한 부분이 많이 있음을 새삼 느꼈다. 상처 있는 것들에게서 느껴지는 정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