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무덤을 본다. 무덤을 오르내리며 아이들은 썰매를 타고 있다. 무덤 속에는 신라의 왕이나 왕비, 그도 아니면 귀족이 누워 있다. 나는 바로 전, 남산 아래서도 왕들의 무덤을 보고 왔다. 죽은 왕들이 덮고 누워 있는 흙더미가 지천에 핀 진달래꽃만큼이나 친근했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무덤으로 둘러싸여 있다. “너희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라고 말하는 듯한 무덤들의 도시. 무덤 곁에서 다시 삶이 태동하는 도시. 무덤 위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도시. 거대한 흙무덤이 풍기는 분위기에 나는 오래도록 취해 있다. 몇 달 전, 나는 저 무덤 너머로 차가운 겨울 해가 지는 것을 혼자 서서 바라보았다. 무덤 뒤의 무덤, 그 무덤 뒤의 무덤으로도 해가 지고 있었다. 이 도시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무덤 뒤에서 나타나 무덤 뒤로 총총 사라졌다.
나는 저 무덤들을 가로질러 걸어가 서울행 기차를 타야만 한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있어 느릿느릿 걷는다. 동물적 영혼의 식물적 환생 같은 무덤 위 나무들…. 그 나뭇가지 끝까지 새순이 돋고 있는 봄날의 저녁은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