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에 탕탕 꽂히는 화살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에 화려한 봄꽃들이 화들짝 피어나고, 와르르 지는 듯하다. 황학정 마당엔 맨손으로 나무를 타고 오르는 아이도 있다. 나무를 타는 아이를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아빠를 따라왔을 겁 없는 꼬마는 꽃이 몇 송이만 남은 커다란 목련나무를 옮겨 타며 한껏 의기양양하다.
황학정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온갖 꽃이 피었지만,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은 조팝꽃이다. 옛날에 나는 해마다 조팝꽃으로 어머니날 꽃꽂이를 하곤 했다. 어머니와 조팝꽃 이미지가 같다고 생각했던 탓에 꽃이 늦게 피면 안달이 났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목책 아래 조팝 군락에 눈길을 주고 있던 나는 깜짝 놀란다. 혼자된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고 어버이날이 지나버렸다고 순간적으로 착각한 것이다(현대의 상술이 어버이날을 잊고 살도록 내버려둘 리 없을 텐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조팝꽃은 예전보다 한 달 일찍 만개했다. 일찍 피었으니 일찍 질 것이다. 지지 않는 꽃은 저마다의 가슴 속에만 있다. 등을 보인 저 궁사들 중에는 사십 년 지기지우와 활을 쏘러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