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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노무현

입력 2009.04.15 18:09

수정 2009.04.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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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근 논설주간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습니까. 한 번 꼽아 보세요.” 그가 이렇게 말했을 때 어떤 잘못을 상기시키면 그가 승복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만두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는 비정규직·양극화 문제, 북핵문제 외에는 잘못한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는 퇴임 1년4개월을 남겨 놓은 시점에 이미 자기평가를 다 끝내고, 그걸 몇몇 언론인을 초청한 자리에서 막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행히 그는 자신이 얼마나 부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 열중하느라 자기가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 그는 점차 진지해졌고 얼굴은 붉어져갔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느새 목소리가 높아지고 빨라졌다. 의자를 옆으로 비스듬히 돌렸다. 손 움직임이 커졌고, 말은 더 거칠어졌다.

[이대근칼럼]굿바이 노무현

“김영삼은 자기도 모른 상태에서 벼랑으로 떨어졌고, 김대중은 임동원 해임건의 문제로 레임덕에 빠지고 게이트에 휘말렸습니다. 나는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요. 난 소통령도 없고, 게이트도 없습니다.” 그러나 노무현이 그 말을 할 때는 그의 형이 박연차와 함께 농협을 먹잇감 삼아 돈을 챙긴 지 1년 지난 뒤였다. 그리고 그 말을 한 지 10개월 뒤 박연차는 대통령 지시를 받고 100만달러가 든 가방을 대통령 관저에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또 그 말을 한 지 1년4개월 뒤에는 노무현의 아들과 조카가 500만달러를 요구하자 박연차는 대통령의 부탁이기에 그냥 주었다고 한다.

돈받은 본질은 달라지지 않아

누가 돈 달라 했고, 누가 돈을 썼는지 지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시하고 전달하고 받은 이들은 모두 노무현의 가족이라는 점이다. 남편·부인·형·아들·조카. 그리고 그들을 돕는 가족과 다름없는 사람들, 그들이 한 일이다. 노무현 패밀리가 한 일이다.

그런데 노무현은 범죄와 도덕적 결함의 차이, 남편과 아내의 차이, 알았다와 몰랐다의 차이를 구별하는 데 필사적이다. 그러나 그런다고달라지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서민들이 가난해지는 동안 노무현 패밀리는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재벌 개혁을 다짐하고는 삼성에 국정을 의탁하고,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고는 스스로 특권층이 되고, 시장 개혁 대신 시장 만능의 우상을 퍼뜨림으로써 노무현을 통해 세상의 낡은 질서를 바꾸려 했던 그 열정을 싸늘한 냉소로 바꾸어 놓고, 절망 속에 빠진 서민을 버려두고 자기들은 옥상으로 피신해 헬기 타고 안전지대로 탈출하려 했다는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대통령 패밀리끼리는 건드리지 않기로 하자”고 했다던가. 그들에게는 정권교체가 패밀리 교체, 아니 이권 교체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랬기에 수많은 절박한 이들의 구원의 손길을 뿌리치고 그 마지막 헬기를 향해 손 내민 한 사람만 더 태우고 떠나려 했을 것이다. “우리 쪽 패밀리에는 박연차도 포함시켜 달라.” 우리는 이제 민주화 세력이 아닌, 의리·이권·혈연으로 뭉친 이 패밀리가 진정한 집권세력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몰랐다’는 점을 노무현이 더 설득력 있게 해명한다 해도, 자기 정권의 존재 이유였던 개혁을 포기하면서도 그토록 지키려 했던 패밀리의 안전과 그들이 축적한 부를 지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그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5년간 되풀이 했던 그 신물 나는 <노무현의 투쟁> 속편을 끝까지 보여주고야 말 것이다.

자신이 뿌린 씨앗 거두고 가길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집권한 그는 민주화 운동의 인적·정신적 자원을 다 소진했다. 민주화 운동의 원로부터 386까지 모조리 발언권을 잃었다. 그를 위해 일한 지식인들은 신뢰와 평판을 잃었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개혁이든 노무현이 함부로 쓰다 버리는 바람에 그런 것들은 이제 흘러간 유행가처럼 되었다. 낡고 따분하고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 이름으로는 다시 시민들의 열정을 불러 모을 수가 없게 되었다. 노무현이 다 태워버린 재 속에는 불씨조차 남은 게 없다. 노무현 정권의 재앙은 5년의 실패를 넘는다. 다음 5년은 물론, 또 다음 5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해야 옳다. 이제 그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뿌린 환멸의 씨앗을 모두 거두어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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