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삼십 분 거리에 있는 장호원엔 서울보다 늦게 복사꽃이 핀다. 올해도 꽃이 늦었고, 지난 비에도 지지 않았다. 도원으로 가는 무논에 내려앉은 하늘만 평소처럼 차분해 보였다. 햇볕을 받고 있는 땅은 부풀며 달큰한 냄새를 풍겼다.
봄이 되면 꽃을 보러 자주 집을 나서곤 하지만 장호원 복사꽃을 본 것은 이 봄이 처음이다. 보았던 꽃 중 가장 아름다웠다. 한 가지에 핀 꽃들도 색깔이 눈에 띄게 다르고, 다글다글 꽃송이를 매단 것도 아니어서, 한 나무 한 나무에 저마다의 여백과 풍요가 넘쳤다. 꽃들은 매력적인 도발성까지 풍겨 꽃에 홀린 내 마음은 몇몇 경계선을 휙휙 넘어다니는 것 같았다. 함께 간 친구들도 고삐 풀린 망아지였다. 평소보다 훨씬 높은 목소리와 손짓 발짓으로도 부족해 점점 거침없어지는 말투. 너무 시끄럽구나, 싶다가도 그 마을 전체가 꽃에 홀린 우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막무가내의 자신감이 생기곤 했다. 거기 사는 친구 부부가 쑥국을 끓여놓고 이 도원 저 도원으로 우리를 찾아다니다 그만 돌아가자고 할 때까지도 멈추지 못하던 취기 어린 행동들. 하늘이 혀를 끌끌 차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