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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입력 2009.05.04 18:04

  • 조은|시인
[조은의 길]채석강

곰소항을 지나 채석강으로 간다. 검은 퇴적암 층암절벽 위로 밝은 녹색빛이 아름답다.

그 옛날 채석강에서 달을 보며 놀았다는 당나라 시인 이태백도 저토록 고혹적인 녹색빛에 끌려 시간을 잊었을 것 같다. 그러다 달이 뜨자 한층 취흥이 올랐고,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지는 소동까지 벌어졌을 것 같다. 우리의 지명 중엔 중국 지명을 그대로 따온 것이 많다는 생각도 잠시. 흘러가는 구름 빛을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에 배를 띄우고, 밤이 되면 달빛에도 흠뻑 취해 보고 싶다는 욕심….

눈길을 거둬 발 아래를 보자 커다란 바위 속에 동글동글한 돌들이 박혀 있는 것이 보인다. 오랜 세월 바람과 바닷물에 깎여나간 단단한 바위 안에서 정수리를 내밀고 있는 크고 작은 돌들…. 자연이라는 거대한 바위가 해산을 하고 있는 듯한 착시현상이 들게 하는 풍경. 며칠 전 읽은 <에티카>에서 스피노자는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자연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온갖 개념들은 사물의 본성이 아니라 상상의 형태이자 상상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뭐, 그런들 어떠랴. 나는 지금 상상력을 자극하는 자연을 통해 한껏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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