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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누리꾼들

입력 2009.07.01 18:01

  • 박성수 논설위원

가수 손담비가 샤론 스톤처럼 의자를 돌려놓고 요염한 자세로 앉아 있다. 곧이어 검은 옷을 입은 무희들과 함께 현란한 율동으로 춤을 춘다. 손담비의 ‘미쳤어’ 뮤직비디오는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화려한 영상으로 꽤나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인기를 끈 동영상이 있다. 다섯살 꼬마가 손담비를 흉내낸 UCC 동영상이다. 발음도 동작도 정확하지 않지만 앙증맞은 몸짓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어느 순간 인터넷에서 사라져 버렸다. 불법 시비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여적]떠나는 누리꾼들

“미네르바도 떠나고, 진중권 교수도 떠나고, 다섯살 꼬마도 떠나고, 모두들 새처럼 떠나는구나.” 인터넷 세상을 풍자하는 어느 누리꾼의 자조섞인 말이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이민열풍이 불고 있다. 사이버 망명객이 속출하고, 새 둥지를 찾아 해외도피처를 찾고 있다. 진작부터 피난처를 찾아온 사람은 미네르바일 것이다. 그는 “이 나라를 뜨고 싶다”고 했다. 진보논객으로 인기높은 진중권 교수도 얼마전 사이버 망명을 시도했다. ‘한예종 사태’ 논쟁 중 블로그에 올린 글이 명예훼손 시비로 차단되자 망명을 선택했다. 진 교수는 ‘듣보(듣도 보도 못한 잡놈)를 듣보라 부르지 못하는 현실비관, 망명간다’는 짧은 글을 남기고 구글로 자리를 옮겼다.

저작권법 개정에 따라 오는 23일부터 불법 다운로드 ‘삼진아웃제’가 실시된다고 한다. 블로거들이 연예인의 노래·사진·동영상 등을 3차례 이상 불법 복제·전송하면 사이트를 폐쇄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좋아하는 노래가사를 적는 것도, 노래를 직접 불러 올리는 것도 위법이다. 온라인에 흔히 나도는 ‘패러디’도 위반 가능성이 높다. 문화부 관계자는 “음악·영화 등을 상습적으로 올리는 헤비업로드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무리한 법적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식이 되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대거 해외망명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프랑스도 최근 ‘삼진아웃제’로 적잖이 시끄러웠다. 그러나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위헌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검찰의 e메일 알몸수색으로 휘청이더니, 이제는 저작권법으로 망명이 줄을 잇는 온라인 세상. 인터넷도 바람 잘 날 없기는 매한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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