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을 달려 서출지로 연꽃을 보러 갔다. 경주엔 한 달에 한두 번 가지만, 서출지로 제때 연꽃을 보러 간 건 오랜만이다. 다른 지방에 비해 비가 적게 내리는 경주라 그런지 날은 흐릴 뿐 비가 오지 않았다.
못 가에 앉아 날이 밝는 것을 지켜봤다. 캄캄한 연못에선 여럿이 금관악기의 음을 고르는 듯한 낮고 육중한 소리가 끝없이 올라왔다. 날이 밝아서야 아침 산책 나온 농부를 통해 그 대단한 소리의 주인공이 황소개구리였음을 알았다. 이따금 첨벙첨벙 물 속으로 뛰어들던 정체를 알 수 없던 물체 역시 황소개구리였던 것이다.
서출지의 연은 근처 다른 곳에 있는 연들과는 달리 잎만 무성했다. 꽃은 한 방향에서만 이십여 송이 피었을 뿐이다. 이곳의 연꽃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말을 지난번 왔을 때 듣긴 했지만…. 못 밖으로 밀려나올 듯 풍성하게 피었던 기억 속 연꽃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일까. 다행히 녹색 연잎들이 풍기는 생동감은 컸다. 꽉 오므리고 있던 잎 속에다 밤새 모아뒀던 이슬을 날이 밝을 때쯤(서서히 잎을 펼치며!) 가뿐히 놓아주는 풍경은 강렬했다. 진흙 속 삶의 결정체 같은 이슬방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