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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美·日 ‘가쓰라 - 태프트’ 밀약

입력 2009.07.28 18:52

수정 2009.07.2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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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정은 기자

필리핀은 너희가, 조선은 우리가

[어제의 오늘]1905년 美·日 ‘가쓰라 - 태프트’ 밀약

1905년 7월29일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특사인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는 필리핀 방문 길에 일본에 들러 가쓰라 다로(桂太郞) 총리를 만난다. 이 회담에서 미국은 필리핀의, 일본은 조선의 이권을 나눠갖는 일을 서로 묵인해주기로 밀약을 맺는다.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동서양의 두 식민제국은 이렇게 이권챙기기로 의기투합했다. 밀약의 내용은 “일본은 필리핀을 공략하지 않는다” “극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일본·미국·영국의 상호 이해가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다” “일본이 조선을 보호하는 것이 극동의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미국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전 해 러일전쟁이 터지자 “조선은 자치능력이 없으므로 일본이 조선을 질서있게 통치한다면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이라 말한 바 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었다. 미국과 밀약을 맺은 일본은 8월12일에는 영국과 제2차 영·일 동맹을 체결해 청나라와 조선에 대한 이권을 나눠가졌다. 이렇게 한반도 지배권을 열강들로부터 공인받은 일본은 을사늑약으로 조선의 외교권을 빼앗고 5년 뒤에는 아예 강제 병합했다.

밀약의 주인공이던 가쓰라와 태프트는 자국 정계에서 승승장구했다. 1848년 나가토구니(長門國·현재의 야마구치현 서부)의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어난 가쓰라는 1868년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보신(戊辰)전쟁과 메이지유신에 참여했다. 유신 이후에는 독일에 유학해 서구의 군사학을 배웠고, 귀국 뒤에는 군에 들어가 승진을 거듭했다. 육군 차관을 거쳐 청일전쟁에서 사단장을 맡아 조선 땅에 발을 디뎠다. 대만 총독, 육군대신을 역임한 뒤 1901년부터 1913년까지 11대, 13대, 15대 내각 총리대신을 지냈다. 경술국치 때에는 두번째 총리직을 맡고 있었다.

1857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난 태프트는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법관으로 일하다 1900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때 필리핀 총독에 임명됐다. 이어 루스벨트 때에는 전쟁장관을 맡았고 훗날 27대 대통령이 됐다. 한국에서는 밀약의 장본인으로 악명 높지만 미국인들은 “아시아 저개발국의 경제개발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며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시아 식민지에서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달러 외교(Dollar Diplomacy)’를 주창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몸무게가 300파운드(136㎏)가 넘어, ‘미국 역사상 가장 뚱뚱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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