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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였다 안보였다… 사진이 요술이네

입력 2009.08.10 17:56

  • 한윤정 기자

55일간의 요술·이미지전

사진과 현대미술이 만나 장르의 무한변형 보여줘

작가 14명 문신·파이프 이용 마술같은 이미지 만들어내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영민 ‘KMJ의 얼굴들’, 김준 ‘BIRD LAND CHRYSLER’, 이중근 ‘CATCH ME IF YOU CAN’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영민 ‘KMJ의 얼굴들’, 김준 ‘BIRD LAND CHRYSLER’, 이중근 ‘CATCH ME IF YOU CAN’

사진이 요술을 부린다. 사물의 모습을 재현함으로써 전통회화의 영역을 침범하고 현대미술을 탄생시킨 사진이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깊숙히 들어왔다. 사진과 회화, 조각, 컴퓨터 그래픽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마술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지난 8일부터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요술·이미지(The Magic of Photography)’전에서는 사진을 미술작업에 끌어들인 작가 14명의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다. 회화 같은 사진, 조각 같은 사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디지털 이미지, 혹은 연극·영화 같은 사진들이다. 다양하고 강렬한 이미지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면서도 예기치 않은 일탈과 신선한 파격을 선사한다.

배준성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짓궂은 재미를 준다. 유럽 궁전의 무도회장에 등이 파진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춤을 추려는 듯 치맛자락을 사뿐히 잡고 있다. 그런데 옆으로 살짝 비켜서서 보면 알몸이 드러났다가 곧이어 사라진다. 렌티큘러(lenticular)가 보여주는 마술이다. 클래식한 거실의 파우치에 다리를 길게 뻗고 기대앉은 여성의 옷도 순식간에 벗길 수 있다. 누드로 찍은 사진 위에 옷을 그려넣은 비닐을 씌웠기 때문에 한겹만 들춰보면 된다.

강영민은 사진 이미지를 잘게 분할했다. 배우 김민정의 얼굴 사진이 40개의 PVC 파이프를 감싸고 그 파이프들이 다시 모여 얼굴을 구성한다. 대형 교각과 달리는 자동차, 행인들의 모습이 어우러진 도시의 풍경 역시 가로로 잘게 분할해 다시 설치함으로써 구성 요소에 주목하게 만든다. 보들리야르의 ‘시뮬라크르’ 이론을 원용한 그의 작업은 현대인들의 ‘일루전’(환상)을 구성하는 매개체를 변질하고 재구성한 것이다.

보였다 안보였다… 사진이 요술이네

김준은 타투(문신)를 통해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강박관념을 드러낸다. 타투는 사회적인 신분이나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해왔으며 나아가 현실적 억압이나 욕망을 해방시키는 정신적 의식으로 작용해왔다. 캔버스로 변한 인간의 피부 위에 작가는 구치, 아르마니, 버드와이저, BMW 등 명품 브랜드를 각인함으로써 소비행위가 갖는 관능적 유혹을 암시한다.

이중근의 작품은 옵아트나 칼레이도스코프의 분위기를 풍긴다. 명확한 좌우대칭의 구도를 지닌 교회의 인물부조나 조각, 피라미드형으로 쌓아올린 오스카상 트로피에 코믹한 표정의 자화상이나 유명인의 사진을 넣음으로써 시각적 착각을 일으킨다. 옵아트가 기계적이고 냉철한 반면 그의 작품에는 유머와 위트가 있다. ‘Catch Me If You Can’이란 작품은 동명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인상적인 포즈를 만화경의 방식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보였다 안보였다… 사진이 요술이네

이들 외에도 권정준·유현미·이명호·임택·장승효·장유정·전소정·정연두·조병왕·홍성철 등 작가가 50여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이처럼 극적으로 변신한 사진, 나아가 사진의 정체성마저 흔드는 작품들이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2003년 국내 최초의 사진미술관으로 한미약품이 설립한 이곳은 국내외 사진가들의 정통 사진이나 사진사를 정리하는 근현대기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의 부인이자 사진작가인 송영숙 관장은 “현대미술로서의 사진이 뜨고 있음에 공감을 하고, 사진 장르의 경계를 확대하고자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매직쇼(15일, 9월5일)와 작가와의 대화(9월 5·19일)가 열리며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10월1일까지. (02)418-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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