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친구에게 머리도 식힐 겸 연꽃을 보러 가자고 했다가 뜻밖의 말을 들었다. 연꽃은 더러운 데서 사는 식물이라 몹시 싫어한다는…. 흙탕물에서 그처럼 깨끗한 꽃을 피우니 더 아름답지 않으냐는 나의 진부한 반문을 그는 귓등으로 듣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연이 사는 더러운 물 속에 얼마나 많은 지저분한 생명들이 우글거리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며.
어떤 연꽃은 좁은 항아리 속 맑은 물에서 피기도 한다. 질그릇 속에 핀 색색의 연꽃을 보자 퍼뜩 앞의 친구가 생각났다. 더러운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그의 삶은 그 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문득 문득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느껴지는 나의 삶도 변하지 않았다. 동병상련의 마음일까, 여행 내내 그에 대한 측은지심이 깊어졌다.
연꽃은 잠원경 같은 꽃대를 올리며 땡볕 아래서 피어난다. 강렬한 햇빛이 눈을 찌르지만 어느새 입추가 지나버렸다. 마음맞는 사람끼리 둘러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 여름을 추억할 날도 멀지 않았다. 그땐 귀한 백련차를 나눠 마시며 한번쯤 호사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