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은 갈 때마다 느낌이 점점 좋아지는 곳 중 하나이다. 평화롭게 흘러가는 낙동강을 바라보는 경치 좋은 곳에 세워진 서원. 오랜 세월 탈골한 꼿꼿한 선비의 유골처럼 군더더기 하나 없는 우아한 자태가 일품이다. 세월의 불순물마저 다 걸러낸 듯 눈부신 하얀 목재가 풍기는 이미지는 정말이지 청렴한 선비의 자태와 정신을 연상시킨다.
부드럽게 굽으며 돌아가는 강물 위 햇살은 기름지고, 얼굴에 닿는 한 줄기 바람은 정체된 정신을 깨우며 맑은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간직하며 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버리며 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머리 속이 명징해지는 것을 느끼며 만대루에 서 있는 시간…. 지난 가을, 맞은편 산의 단풍은 아름다운 빛깔로 강물과 어우러졌다. 함께 갔던 친구들의 감탄이 아직도 귀에 들린다. 요즘 날씨로 보아 곧 보게 될 가을 빛깔도 기대해도 되겠다.
병산서원엔 갈 때마다 사람들로 붐볐는데, 운이 좋아 잠깐이나마 우아한 공간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만대루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며 어째서 그 단순한 건물에서 그토록 고결한 정신이 풍겨져 나오는지 감탄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