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부석사 입구에서 나는 혼이 빠졌다. 휴일의 부석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되도록 평일에 여행을 하는 나로서는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을 뻔히 보면서도 피하지 못하고 부딪혀야 할 만큼 붐비는 길의 소란스러움에 스며들지 못했다. 무심코 챙겨온 카메라를 꺼내 들었지만 몸을 치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을 놓고 마냥 들고 다닐 뿐. 어디로 걸음을 옮겨도 사진을 찍겠다며 빨리 비키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나는 그들을 피해 조용한 곳에다 초점을 맞춰 셔터를 몇 번 누르다가 그만둬 버렸다.
경주의 남산과 중국에도 부석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맨 처음 부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 말뜻에 무척이나 매혹당했다. 땅을 박차고 떠오르는 바위처럼 내 의식도 어느 순간 그처럼 변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과 낭만. 그래서 어느 시절엔 유난히 부석사를 자주 찾았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부석사는 정말로 많이 변했다. 그 옛날 좁디좁은 흙길 안으로 반짝이는 가지를 뻗으며 견물생심의 충동을 일으켰던 탐스러운 사과가 있던 정겨운 길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 그러나 어쩌랴, 이것이 오늘 우리의 모습인 것을.